[인문사회]아프리카 파고든 오성홍기, 중심에서 나부낀다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6분


◇차이나프리카/세르주 미셸, 미셸 뵈레 지음·이희정 옮김/320쪽·1만6000원·에코리브르

“니 하오, 니 하오.”

콩고의 수도 브라자빌 거리에서 꼬마들이 인사를 건넸다. 아프리카에서 백인 남자를 보면 흔히 영어로 ‘헬로 미스터’라고 하거나 프랑스어로 ‘무슈’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중국어로 ‘안녕’이란 뜻의 ‘니 하오’를 외쳤다. 외국인이 모두 중국인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몇백 m 앞에는 중국 회사가 국영방송 사옥을 짓고 있었고 도심에선 다른 중국 회사가 외교부 새 청사 건설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의 서아프리카 특파원, 스위스 시사주간지 렙도의 외신부장인 저자들의 눈에 비친 브라자빌의 풍경이다. 중국이 아프리카 구석구석 진출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들은 아프리카 15개국을 돌아다니면서 중국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취재한 결과를 묶어 지난해 프랑스에서 이 책을 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국제관계의 뜨거운 이슈다. 2005년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은 1980년에 비해 50배 늘었고, 중국 기업 900개가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중국은 원자재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비민주적이든 부패가 만연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각종 우호협약과 협력협정, 개발 계약을 하면서 프랑스 영국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권력의 중심부까지 파고들고 있다.

“중국 사람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것을 주지만 서구인은 뜬구름 잡는 가치 이야기만 한다. 전기도, 일자리도 없는 사람들에게 투명성이니 ‘좋은 거버넌스’니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민주주의가 밥을 먹여주는 건 아니다”는 콩고 대통령 자문위원의 말은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환영받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기니의 란사나 콩테 대통령은 “중국인은 최고다. 그 사람들한테 메마른 땅을 맡겼는데 어찌나 잘 일궜는지 모른다”고 칭찬했다.

중국의 민간인 차원의 비즈니스도 활발하다. 나이지리아에서 식당 사업을 시작한 중국인 제이컵 우드 씨는 지금은 건설업 호텔업을 하는 유력자가 됐다.

홍콩화창그룹을 경영하는 리원룽 씨는 나이지리아 북부 카노에서 중국인 1000여 명, 나이지리아인 3000여 명을 직원으로 두고 공장 40여 곳을 운영하면서 시멘트와 철강을 생산한다. 서아프리카 사람 10명 중 4명이 신는 플라스틱 샌들도 만든다.

중국인들은 마사지 업소, 식당, 양품점, 약국 등 소액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의 활발한 아프리카 진출은 민관의 손발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모험심 강한 기업인들이 앞서 투자를 하면 중국 정부는 굵직굵직한 인프라 건설과 자원 개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한다. 더 많은 중국인이 아프리카로 진출하면서 중국 교민은 점점 조직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의 활동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폐해가 생김으로써 현지인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석유 개발 회사 소속 중국인은 콩고의 콩쿠아티 국립공원의 한가운데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가며 석유 시추 조사를 해서 현지인의 원성을 샀다.

바다에선 중국 어민이 작은 트롤선 20여 척을 띄워 연안의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콩고의 영세 어민은 늘 빈손이다. 문제는 이 중국인들 뒤를 정부 관리가 받쳐주고 있어 이런 폐해가 계속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콩고에선 중국인 매춘부 2000명이 곧 들어올 거라는 얘기가 나돌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선 중국인들이 비밀 철도를 건설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이 철도를 수단의 철도와 연결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국부를 모조리 유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활발한 아프리카 경영은 아프리카와 서구의 역학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오마르 봉고 가봉 대통령은 프랑스를 사랑하지만 중국을 10번이나 공식 방문했으며 자국처럼 편하게 느낀다. 차드의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이 프랑스에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중국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마마두 탄자 니제르 대통령이 2007년 7월 반군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를 들어 프랑스의 거대 원자력 기업인 아레바의 지사장을 추방한 것도 중국이라는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