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김치를 담그면 아삭아삭 맛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시든다. 마치 우리 아빠가 옛날에는 힘세고 건강했는데 요즘 술, 담배 때문에 점점 기운이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 준형이네는 반지하방으로 이사했다. 아빠가 명예퇴직을 당한 데다 그 뒤에 연 식당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반찬은 김치뿐, 컴퓨터를 빚쟁이들에게 빼앗겨 게임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준형이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매일 집에서 술만 마시는 아빠의 모습이다.
준형이는 이런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글로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준형이가 집으로 가져온 상장과 글을 읽은 아빠는 용기를 내 친척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아빠가 시작한 일은 바로 어묵과 토스트를 파는 포장마차. 오랜만에 땀 흘리며 일하는 아빠를 보는 준형이의 마음은 가볍기만 하다.
포장마차를 시작한 첫날, 동네 불량배들이 자릿세를 내놓으라며 장사를 방해하고 포장마차를 부순다. 연이은 실패에 아버지는 “난 안 되는 놈이야”라며 실망하지만 준형이는 포기하지 않고 망가진 냄비를 망치로 두들겨 수리하고 포장마차를 정리한다. 이런 모습을 본 아빠는 다시 희망을 품고 하루 종일 포장마차를 수리해 장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포장마차를 부끄럽게 여기는 아빠의 마음이다. 준형이는 열심히 일하는 아빠가 자랑스럽지만 아빠는 준형이가 자신을 부끄럽게 여길까봐 내심 걱정한다. 고등학교 친구가 찾아와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거절한다. 친구들과 준형이가 아빠가 만드는 어묵을 먹으러 아빠를 찾아간 날, 아빠는 부끄러운 마음에 서둘러 자리를 피하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아빠가 왜 부끄러워요? 친구들한테 아빠 음식 자랑도 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려고 함께 왔는데 왜 도망가요?”
준형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들은 아빠는 마침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준형이네 학교 앞에 가게를 내고 아이들에게 어묵을 판다. 정성스레 국물을 내는 아빠의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이 가득하다. 아빠를 믿고 응원하는 준형이의 마음과, 그 마음에 보답하려는 아빠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어묵 국물을 내는 곳, 준형이네 가게 이름은 바로 ‘아빠 파이팅’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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