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편파, 왜곡, 허위, 과장, 좌파세력, 법치 부정, 특권노조, 비리 등으로 심하게 오염된 지상파 방송이 국민 가치관을 교묘하고 집요하게 흔들었습니다.”
전현직 방송인들이 주축이 된 방송개혁시민연대(방개혁·공동대표 김강원 임헌조)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김강원 공동대표는 경과보고에서 “방송의 공영성, 공공성, 공적 책임을 묻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개혁시민연대를 발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개혁은 이날 ‘좌파정권 10년, 방송장악 충격보고서’ 출판보고회를 열어 “좌파세력 집권 시 온갖 특권적 아성을 쌓고 귀족적 안락함을 누려온 지상파 노조의 추악한 비리와 구정권의 야합을 사실에 근거해 파헤쳤다”며 김대중 정부와 지상파의 유착, 노무현 정부 당시 편파적인 탄핵방송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방개혁은 “앞으로 MBC 비리 공개, 왜곡방송 내용을 담은 백서 발간, 새로운 방송노조의 설립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보고서의 요약이다.
○ 김대중 정권과 지상파의 유착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뒤 홍두표 KBS 사장이 임기가 남았는데도 사표를 내자, 정부는 박권상 사장을 임명하고 이형모 당시 언론노조 위원장을 차장급에서 한 달 사이 4단계의 초고속 승진을 시켜 부사장에 임명했다. 2000년 초 KBS는 러시아 연해주TV가 보도한 내용과 비디오저널리스트 조천현 씨가 촬영한 테이프로 ‘긴급입수 탈북난민 7인의 증언 공개’를 ‘일요스페셜’에서 방영하겠다고 예고했으나 방영 며칠 전 취소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북한 탈출 난민의 신랄한 체제 비판과 처참한 생활이 담겨 있었다. 2002년 서해교전이 일어나자 MBC는 6월 29일부터 발발 원인을 북한의 도발보다 우리 어선의 월선 조업이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미디어비평’은 북방한계선(NLL)에 대해선 국제법적 근거가 약하고 유엔사령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했다며 비판했다.
김대중 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공보처를 폐지했으나 1년 만에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진 국정홍보처로 부활시켰다. 지상파 3사는 1999년 3∼4월엔 청와대 요청으로 각 부처의 대통령 국정보고를 생중계하기로 했으나 내부 반발로 취소했다가 다시 방송하기도 했다. 박지원 대통령공보수석은 1999년 2∼4월 지역민방(부산 대구)과 MBC 지방계열사(전주 광주)에 자신이 출연하는 특별대담 프로그램을 요구해 관철했다.
○ 노무현 정부와 방송의 밀월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3월 KBS를 찾아가 “내가 방송이 없었으면 어떻게 대통령이 됐겠는가, 앞으로 방송이 가잔 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KBS 등이 대선 보도에서 김대업 씨의 입을 빌려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 의혹을 대서특필한 데 대한 감사 인사나 다름없었다. 그는 2007년 8월 정부 부처 기자실 폐쇄에 언론계가 반발하자 ‘PD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PD가 보도만 하는 사람(기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이를 휘둘러보라”며 “기자가 오라면 안 가지만 PD가 오라면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정부 출범 직후 해직 언론인과 노조 출신 인사들의 방송계 진출이 두드러졌다. KBS 사장에는 한겨레 논설주간인 정연주 씨가, 2006년 MBC 사장에는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문순 부장대우가 올랐다. 최 사장은 전국언론노조연맹 위원장을 지냈으며 취임 후 노조 출신을 대거 국장으로 임명했다. 정 사장은 ‘미디어포커스’ ‘인물현대사’ ‘한국사회를 말한다’ 등 여러 프로그램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이 중 ‘한국사회를 말한다’(2003년 9월 27일)와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재독 송두율 교수의 귀국을 미화 방영해 물의를 빚었다. 송 교수는 귀국한 뒤 국가정보원의 조사 끝에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 탄핵규탄 편향 방송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자 KBS, MBC, SBS는 14일까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편향된 탄핵 비판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강동순 당시 KBS 감사는 12일 1TV가 14시간 반, 2TV가 3시간 50분 동안 탄핵 반대 위주의 방송을 내보냈다고 밝혔다. 한국언론학회는 “탄핵은 공정성 규범을 적용해야 하는 합리적 논쟁의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데도 탄핵방송은 ‘반대’ 편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 좌편향 프로그램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1999∼2005년)는 좌편향 프로그램의 대표 격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30여 개의 상을 휩쓸었다. 또 해방공간에서 대한민국 건국 주역은 민족의식이나 도덕심이 없는 기회주의자로, 좌파는 민족의 미래를 고민하는 멋진 인물로 그렸던 KBS 드라마 ‘서울 1945’도 편향성을 보였다.
○ MBC의 밥그릇 지키기
MBC는 미디어관계법 개정은 자사의 민영화이자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라고 주장하며 제작 거부와 파업을 벌였지만 실제로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집단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MBC는 평균 연봉이 8800만 원으로 국내 근로자 평균 연봉의 2.5배에 달한다. 여기에 인센티브나 퇴직연금 등을 합치면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MBC는 독점적 재벌기업으로 37개 계열사를 거느리지만 감사를 받지 않는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가 70%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급조된 껍데기 법인’에 불과하며 김대중 정부 시절 김중배 사장이 취임한 뒤 사실상 노조가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다. 최문순 사장은 재임 당시 상식 밖의 노사협약을 체결했다. 편성보도 제작에서 본부장 이상 경영진의 참여를 금지해 국장에게 모든 권한을 줬다. 그런데 국장은 구성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탄핵할 수 있으며 회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장들이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방개혁은 또 이 보고서에서 미디어오늘,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MBC 등이 커넥션을 이뤄 1995년 이후 이승복의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조선일보의 기사가 작문이라는 주장을 끈질기게 했으나 2008년 대법원은 오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적시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방송개혁시민연대
전현직 방송인들이 주축이 돼 지상파 방송의 개혁을 요구하는 단체다. 김강원 공동대표는 전 미디어오늘 기획조정실장을 지냈으며, 임헌조 공동대표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사무처장이다. 발기인으로는 이석희 전 KBS 보도국장, 정창기 전 KBS 정책연구실장, 조규상 전 울산MBC 아나운서부장, 최두식 전 삼척MBC 보도제작국장, 우국제 전 SBS프로덕션 이사 등 23명과 MBC 중견간부들의 노조인 MBC공정방송노동조합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