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샘물이 있습니다. 샘물은 낮은 곳으로 천천히 흘러갑니다. 돌멩이가 나타나면 돌멩이를 비켜가고, 바위가 가로막으면 샘물은 몸을 쪼개 비켜갑니다. 물은 다투지 않습니다. 산짐승이 와서 물을 마십니다. 그래도 마냥 가만히 있습니다. 흐르던 샘물은 이번엔 식물을 만납니다. 식물의 뿌리에 자신을 내줍니다. 샘물은 늘 희생해 무언가를 자라게 합니다.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무언가가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바빴고 또 목이 말랐습니다. 그때마다 소년은 샘물을 마셨고 샘물을 마실 때마다 키와 몸이 자랐습니다. 몸이 다 자랐을 때 소년은 차츰 어릴 때부터 마셔왔던 샘물을 잊어갔습니다.
소년은 자라서 어느덧 선생이 되었습니다. 선생이 된 소년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옛 선생님들이 말씀하신 여러 가지를 말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몸짓이나 목소리까지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을 닮았음을 깨닫습니다. 가르침을 깨닫는 데도 시기가 있는 것일까요? 선생이 된 소년은 그제야 알았습니다. 샘물은 선생님이었고, 샘물을 마시고 잘 자란 건 자신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자란 것은 우리들의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습니다.
박성원 소설가·동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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