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먼저 기분을 상하게 해 놓고 거기에 반응하면 나를 아주 나쁜 아이로 취급한다.”
초등학교 4학년 로운이는 불만이 많다. 학교에서는 ‘이로운’이란 이름 대신 ‘해로운’ ‘꼴통’이라고 불리고 집에서는 엄마가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누나만 예뻐한다. 제일 좋아하는 아빠는 지방 공사 현장에 나가 있느라 늘 집을 비운다. 얼마 전에는 자신을 따르던 강아지 ‘망치’마저 누나의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 로운이를 위로해주는 건 달콤한 초콜릿뿐이다.
2학기에 들어가자 로운이네 반에서도 반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 늘 무시만 당하던 로운이는 홧김에 반장선거에 나가겠다고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님에게 선언한다. 다섯 표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웬일, “머슴이 되겠다”는 공약을 내건 로운이가 예상외로 반장에 뽑혔다.
반장이라고 원래 로운이의 모습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숙제는 여전히 하지 않고 급식시간에는 자기 몫만 챙긴다. 선생님은 사고뭉치 로운이가 불안해 지난 학기 반장 제하에게 ‘반장 도우미’를 시킬 정도다. 잘난 척하는 제하, 자신을 믿지 못하는 선생님, 자신을 무시하는 반 친구들 때문에 오기가 생긴 로운이는 이를 악물고 진짜 ‘머슴 반장’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친구들의 우유를 대신 먹어주고 심부름도 대신 해준다.
한 번, 두 번 칭찬을 받자 로운이는 점점 반장 일에 신이 난다. 아이들과 선생님, 엄마도 로운이를 다르게 본다. 단 한 사람, 로운이를 질투하는 제하는 자꾸만 시비를 걸지만 그럴수록 선생님의 신임을 잃을 뿐이다.
이 책은 편견으로 인해 문제아로 보이던 로운이가 반장으로 뽑히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책 속에서 로운이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달라지겠다는 로운이의 용기와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이끌어낸다. 반장 선거에 부모들이 와서 선물을 돌리거나 다른 아이들의 그림은 찢어버리면서 제하만 편애하는 미술 선생님을 통해 부끄러운 어른들의 모습을 꼬집기도 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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