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경험을 선택할 수 없는 예술적 대상이다. 한 지역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그 곳의 건축을 좋건 싫건 매일 겪고 보고 느낀다. 프리츠커상 제1회 수상자인 건축가 필립 존슨은 "문명은 그 문명을 대표한 건축물로 기억된다. 어떤 문명은 오직 건축물로만 기억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호텔체인 하이엇재단이 1979년 제정한 프리츠커상은 해마다 '건축을 통해 인류 문화에 기여하고 문명의 비전을 제시한' 건축가에게 주어진다. 저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을 받은 건축가들의 작업과 고민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루이스 바라간 같은 거장이 초기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스터피스 만들기'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주연 홍익대 교수가 직접 찍은 현장답사 사진과 설명을 더해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군데군데 감상적 표현이 적지 않아 이 책의 해설을 해당 건축물에 대한 절대적 시각으로 보기는 어렵다. 건축물에 대한 해석은 경험하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책 끝 부분에는 2009년까지 역대 수상자와 대표작 리스트를 실었다. 건축을 공부하는 이라면 답사 여정의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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