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에 그림 이색실험
“다음 전시회는 더 넓은 곳으로 잡아서 한 번 큰 화폭으로 해보자.”
“그래, 음악 하는 다른 친구들도 초대해서 전시회에 음악도 곁들여보면 어떨까.”
인기 MC에서 사진작가로 변신한 이상벽 씨(62)와 중견화가 이두식 교수(62·홍익대 미대). 이들이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김영섭사진화랑에서 사진전 ‘이상벽+이두식 전-그들만의 목(木)소리’를 열고 있다.
20일 화랑에서 만난 이들의 대화에선 연방 아이디어가 샘솟았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전시회도 인기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연이어 판매됐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그런 화제를 떠나 우정으로 의기투합해 함께 작품을 선보였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은 홍익대 미대 65학번 동기로 대학시절 학군단 생활을 함께 하며 인연을 맺어 40년 가까이 우정을 나눠온 사이다. 화가로, 방송MC로 다른 길을 갈 때도 언제나 스스럼없이 어울렸고 이 씨가 사진작가로 변신했을 때도 이 교수가 누구보다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이번 전시회도 함께 술잔을 건네며 미술 이야기를 하다가 이 교수가 먼저 제안해서 성사가 됐다. 이 씨가 찍은 사진 위에 이 교수가 그림을 그려 ‘사진+회화’라는 형식적 실험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이 교수 주위에서는 “왜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한 사람과 함께 전시를 하느냐” “사진과 그림이 어울리느냐”는 등 말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 교수는 “상식을 깨는 게 바로 예술이고 일단 친구의 실력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며 “결과물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이런 ‘사진+회화’ 실험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2007년 이후 사진기를 메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이 씨는 “생방송에 묶여 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인지 사진작업을 위해 돌아다닐 때 힘이 샘솟는다”며 “너무 바빠서 방송할 때보다 잠이 줄었다”고 웃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