禮樂 곧 文化는 실질적 내용과 수사적 형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어렵다. 어느 쪽을 높이 쳐야 하는가? ‘논어’ ‘先進(선진)’편의 첫 章은 禮樂에 관한 공자의 사상을 잘 드러낸다. 공자 당시의 사람들은 선진의 예악을 보면 文(문)보다 質(질)이 지나쳐 촌스럽지만 자신들의 예악은 文과 質이 조화를 이루어 군자답다고 여겼으나 공자는 그 통념을 비판했다. 공자가 당시에 文이 質보다 지나침을 비판한 말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정약용의 설을 따른다.
先進은 先輩(선배), 後進은 後輩(후배)의 의미이다. 周(주)나라 초의 사람이 先進, 공자의 시대인 주나라 말 사람들이 後進이다. 於는 ‘∼에 대해’이다. 野人은 본래 郊外(교외)의 사람이나 농부를 말하지만 여기서는 素朴한 사람이다. 한편 君子는 여기서는 敎養人(교양인)을 가리킨다. 先進부터 君子也까지는 당시 사람들의 말을 옮긴 것이다. 如∼則∼은 만일 ∼하다면 곧 ∼하리라는 뜻으로, 如는 若과 같다. 用之의 之는 禮樂을 가리킨다. 先進과 後進의 두 태도 가운데서 하나를 가리킨다는 설도 있다.
앞서 ‘雍也(옹야)’편에서 공자는 “文과 質이 조화되어 彬彬(빈빈)하여야 군자다”라고 해서 文質彬彬(문질빈빈)을 군자의 이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공자 당시의 사람들은 자기 시대가 그 이상을 구현하고 있다고 믿었다. 정약용은 주나라 말기가 결코 文이 質보다 나은 상태가 아니었다고 지적하고, 文이 제대로 닦여야만 質이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 시대에 대한 겸허한 비판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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