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과 예술의 만남 ‘플라스틱 동물’ 낳다

  •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키네틱 아티스트 테오 얀선 7월 서울展

“예술이냐 기술이냐는 사회가 만든 관습적 구분일 뿐이다. 사람들이 나를 예술가로 부르긴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더 좋은 카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에스키모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공학적 연구와 예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움직이는 거대한 해변동물을 만들어낸 키네틱 아티스트 테오 얀선 씨(61·사진)의 말이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7월부터 3개월간 서울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 준비차 내한했다. 가나아트와 ㈜뮤지엄피플 공동프로젝트 ‘Museum beyond museum’의 첫 전시다.

물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화가로 활동하다 과학적 지식과 미술을 접목해 움직이는 생명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 전기 배선용 플라스틱 관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신기한 생명체 ‘아니마리스’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그의 작업은 인터넷 동영상과 2007년 독일 BMW의 TV광고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모든 생명체는 단백질로 이뤄졌지만 내가 만든 해변동물은 플라스틱 관으로 이뤄진다. 전자장비나 첨단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소재의 제약에서 아름다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생명이 진화하듯 그가 만든 해변동물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지 25종의 동물을 만들었는데 초기 작업은 다리만 버둥거리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센서와 이진법을 바탕으로 주변을 파악하고 폭풍우가 쳐도 스스로를 지탱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처음엔 1년만 작업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매달려 있다. 기초적 소재와 씨름하면서 관절과 근육, 신경세포의 기능을 갖춘 생명체를 만드는 작업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그가 만든 생명체는 생태와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7월 그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들어 그에게 첫 상을 주기로 한 이유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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