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영감을 주는 나라”

  •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교향곡 ‘한국’ 작곡가 폴란드 펜데레츠키 씨 방한

“한국은 영감을 주는 나라입니다.”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담아내는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폴란드의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씨(76·사진)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30일까지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 참가를 위해 내한한 그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양평군) 용문산 은행나무가 근사하다는데 꼭 보고 싶다”며 “음악만큼이나 나무 기르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1년 한국 정부로부터 광복 50주년 기념 작품을 의뢰받아 교향곡 5번 ‘한국(KOREA)’을 작곡했고 2005년 서울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60년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애가’를, 1970년 (폴란드의) 반정부 혁명 희생자를 기리는 ‘폴란드 레퀴엠’(1984년)을 썼다.

“교향곡 5번은 한국민요 ‘새야새야 파랑새야’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1990년대 초 동료 작곡가 강석희 씨(전 서울대 교수)에게 대중적인 한국 전통 가락을 소개해달라고 했죠. 내 작품 세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향곡입니다.”

그는 30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살아있는 전설’ 공연에서 직접 지휘봉을 잡아 교향곡 8번 ‘덧없음의 노래’(2007년)를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곡입니다. 지난 40여 년간 사랑을 바쳐온 나무에 관한 곡이자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이야기죠. 나이가 들면서 인생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음악제 기간에 그가 작곡한 로스트로포비치를 위해 쓴 ‘라르고’(2003년)와 ‘현악 3중주’(1990∼1991년)도 한국에서 초연한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예술고문도 맡고 있는 그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와 같이 무대에 자주 오른다. 그는 “내 음악은 계속 변화한다”며 “평생 오페라, 오라토리오 같은 스케일이 큰 곡을 썼는데 요즘은 실내악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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