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위기는 반복되는데 왜 눈치채지 못할까

◇한 권으로 읽는 경제위기의 패턴/게랄트 브라운베르거 외 지음·오승구 옮김/290쪽·1만3000원·웅진윙스

1630년대 중반 네덜란드에는 거센 투기바람이 불었다. 투기의 대상은 튤립이었다. 수요 폭증으로 튤립이 부족하자 튤립을 구입할 수 있는 청구권까지 거래했다. 투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 아기 주먹만 한 튤립 알뿌리 하나 가격은 집 한 채 가격까지 치솟았다. 결말은 뻔했다. 어느 시점에 이르자 가격은 급속도로 떨어졌고 파산자가 속출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차이퉁 경제팀이 뽑은 역대 경제위기 16장면 가운데 하나다. 이 팀은 시대가 달라도 위기가 발생하는 원인과 진행 과정에는 똑같은 패턴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튤립 투기광풍은 ‘자산가치가 과대평가될 때 위기가 온다’는 패턴에 속한다.

정교한 예측이 가능한 현대에 와서도 위기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뉴욕 금융계의 엘리트들이 모여 만든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는 금융을 계량화한 수학모델을 바탕으로 엄청난 수익을 냈다. 그러나 이 모델로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는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지나친 차입을 하다 끝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투자자가 스스로 과신하기 시작할 때 위기가 싹튼다’는 교훈을 남겼다.

저자들은 이 밖에 ‘모든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는 경제위기의 신호탄이다’ ‘신사업은 반드시 리스크를 동반한다’ ‘매점매석은 반드시 실패한다’ 등의 위기 패턴을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