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장에 가면 전시 중인 작품에 손을 대면 안 된다. 어릴 때부터 관람 예절로 귀가 따갑게 듣는 얘기다. 하지만 쿠바 출신의 화가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는 사탕을 잔뜩 쌓아서 만든 자신의 작품을 관람객들이 마음껏 만지고 심지어 자유롭게 사탕을 가져가길 원했다. 흔히 ‘로스의 초상’이라고 불리는 이 사탕더미의 무게는 79.4kg. 이는 곤살레스토레스의 절친한 친구였던 로스가 죽기 전의 몸무게였다. 관객들이 사탕을 가져갈 때마다 ‘로스’(사탕더미)는 서서히 사라진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 그랬듯이. 관람객들은 ‘로스’의 한 부분을 가져감으로써 그를 기억하게 된다.
이 책은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미술 감상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어린이 미술서다. 구상회화부터 추상, 사진, 설치 미술에 이르기까지 60여 명의 작품 120여 점을 소개했다. 단순히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그림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준다. 가령 데이비드 호크니의 ‘커다란 물보라’를 소개하면서 “물보라는 어떤 소리를 냈을까요?” “물보라를 일으킨 것은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라고 묻는다. 얀 스테인의 ‘세례식 잔치’에 대해서는 그림 속의 의자에 앉아 눈앞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라고 권한다. “소리가 들리나요? 여자들의 수다 떠는 소리, 아기 엄마가 ‘뭐 좀 더 드실래요’ 하고 외치는 소리….”
화가들의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소개해 비슷비슷한 기법의 그림을 나열하는 방식 대신 자유롭게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그림들을 보여주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1권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것은 16세기 이탈리아의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가 과일과 꽃, 그리고 채소를 이용해 사계절을 남성으로 의인화해 표현한 4점의 그림. 이어 등장하는 작품은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영국 대표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던 현대의 2인조 작가 그룹인 길버트와 조지의 ‘노래하는 조각’이다. 길버트와 조지가 손과 얼굴에 금속 빛깔의 페인트칠을 한 채 노래하는 시늉을 하며 전시장 탁자 위에 서 있는 작품이다.
풀꽃 식물 7만여 포기를 사용해 거대한 예술작품을 만든 제프 쿤스,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옵아트(Op Art)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는 브리짓 라일리 등 생존해 있는 현대작가의 작품도 폭넓게 다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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