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의 계절… ‘방심의 틈’부터 막으세요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4월 중순 울산과 경북에서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되자 질병관리본부는 일본뇌염주의보를 발령했다. 뇌염주의보가 발령되면 각 시도는 환자 발생을 감시하는 한편 모기 방제활동에 들어간다. 뇌염주의보 발령은 매년 빨라지는 추세다.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모기 활동 시기가 빨라져 발령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여름철 불청객 모기 예방법에 대해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 촉각으로 20m 밖 땀 냄새 감지

모기는 1억 년 전 중생대부터 지금까지 생존하면서 지구의 변화를 이겨냈다. 유충 때는 특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 성충 모기는 식물의 즙을 빨아 먹으며 생존한다. 성충이 된 후 1, 2일 만에 교미를 하고 암모기는 그때부터 배 속의 알을 성장시키기 위해 흡혈에 나선다.

피를 빠는 것은 암컷뿐이다. 머리에 달린 촉각에 털이 많은 수컷 모기는 피부를 뚫을 만큼 주둥이가 발달하지 못했다. 암컷 모기는 자기 체중의 2, 3배인 우유 한 방울(3∼10mg) 정도의 피를 배 속에 채운다. 배가 부른 모기는 45분간 휴식하며 수분을 배출하고 영양분을 배 속에 남긴다.

모기는 1, 2m 이내의 사물만 볼 수 있는 근시이지만 촉각을 통해 땀의 성분인 젖산을 20m 밖에서 감지할 수 있고 동물이 호흡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10m 밖에서 감지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나 신진대사가 활발한 어린이가 모기에 잘 물리는 것은 모기가 감지하기 쉽기 때문이다.

모기에게 물리는 순간에는 모르다가 나중에 가려워진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모기의 침은 20∼30μm(1μm는 100만분의 1m)로 미세하기 때문에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침이 들어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기의 침은 강력하다. 톱날처럼 생긴 침으로 피부를 썰고 침돌기로 피부 속 모세혈관을 찾은 후 흡혈관을 꽂아 피를 빤다. 소의 가죽이나 청바지도 뚫을 정도다.

○ 화장품 냄새 좋아해… 운동 후 꼭 씻어야

모기는 고인 물에 알을 낳는다. 보통 한 마리의 모기가 한 달 동안 살면서 500∼700개의 알을 낳는다. 유난히 집에 모기가 많다면 근처 어딘가에 모기가 알을 낳기에 적합한 환경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특히 도시에서 모기가 주로 발생하는 곳은 정화조다. 정화조는 모기 유충이 살기에 적합한 농도의 유기물을 함유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2주마다 한 정화조에서 10만 마리 이상의 모기가 발생한다. 정화조에는 방충망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아파트 방역을 할 때는 정화조 배기구에 방충망을 제대로 설치하고 연막 소독뿐 아니라 곤충 성장 억제제 등을 뿌려달라고 방역 회사에 요청할 필요가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모기의 주 공격 대상이다. 그러나 땀을 잘 흘리지 않는다고 해서 운동 후에 씻지 않으면 모기에 물리기 쉽다. 운동 후 근육에 쌓인 젖산이 분해될 때도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자기 전에 스킨 로션 등을 많이 바르면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공격을 받기 쉽다.

○ 살충제 장기 흡입땐 두통

모기 퇴치를 위해 쓰이는 모기향, 전자매트, 뿌리는 살충제 등은 국화과 다년초인 제충국을 원료로 만든다. 모기향과 전자매트는 살충제를 태우거나 가열시켜 공중으로 퍼뜨리기 때문에 독성이 강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살충제를 흡입하면 어지럽고 두통이 생긴다. 그렇다고 환기를 하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뿌리는 살충제의 용제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살충제를 정확히 모기에게 뿌렸을 경우에만 모기가 죽는다. 충분히 맞지 않은 모기는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난다. 뿌리는 살충제를 방안에 미리 뿌려두는 것은 효과가 없다. 요즘 초음파 모기 퇴치기도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에 유료 소리 파일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초음파를 이용한 모기 퇴치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에 가장 무해하면서 원천적으로 모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모기장이다. 다만 모기장에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안 된다. 2mm 정도의 작은 틈만 있어도 모기는 쉽게 침입할 수 있다. 방충망이나 모기장을 잘 살펴보고 틈을 막아주거나 교체해야 한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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