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68>顔淵이 死커늘 子曰, 噫라 天喪予샷다…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제자 顔淵의 죽음을 비통해하는 공자의 마음을 논어 ‘先進(선진)’편의 이 章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평소 안연은 종일 마주해 있어도 스승의 뜻을 거스르지 않아 마치 어리석은 자와 같았다. 질문을 통해 스승을 啓發(계발)시켜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배운 점을 늘 實踐(실천)했으므로 공자는 안연에게 驚嘆(경탄)했다. 그런 그가 죽었다. 공자 나이 일흔을 넘긴 때였다.

噫는 슬퍼서 내는 ‘아아’라는 소리를 옮긴 말이다. 天喪予는 하늘이 나를 파멸시켰다는 뜻이니 喪은 亡과 같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비탄의 감정을 깊이 드러냈다. 공자는 도를 전할 수 없게 됐음을 슬퍼했다.

앞서 안연의 아버지 顔路(안로)가 아들의 덧널을 마련하려고 수레를 주십사고 청했을 때 공자는 거절했다. ‘禮(예)는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중시해서 厚葬(후장)을 막으려고 완곡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공자는 처음 訃音(부음)을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고 위와 같이 말했다. 공자의 태도가 평소와 달랐으므로 제자들이 수군거렸다. 그러자 공자는 “안연을 위해 통곡하지 않고 누굴 위해 통곡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공자는 또 제자 子路(자로)가 죽었을 때도 “아, 슬프다! 하늘이 나를 망쳐버렸다(天祝予)”라고 했고, 노나라 서쪽의 사냥에서 기린이 잡히자 “나의 도가 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만년의 공자는 도가 행해지지 않는 데다가 기대하는 제자가 먼저 죽어 도를 전할 수 없게 되자 매우 슬퍼했다. 소맷자락을 뒤집어 얼굴의 눈물을 닦으니 눈물이 도포 자락을 적셨다. 그 슬픔을 공감할 수 있어야 ‘논어’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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