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의 진화… 문화가 숨쉰다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7분


《최근 독일에서 열린 국제디자인공모전 ‘이프(iF)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된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두산건설 ‘아트스퀘어’는 법규상 가건물(假建物)이다.

분양 시즌에만 얼기설기 엮어놓고 분양이 끝나면 헐어버리는 공동주택 모델하우스와 형식적 기능은 같다. 하지만 이곳의 방문객을 맞이하는 얼굴은 무뚝뚝한 아파트 모형이나 평면도가 아니라 공들여 진열한 미술 작품이다. 1층 노천카페에서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미국의 ‘아이디어(IDEA)’, 독일의 ‘레드닷(Red Dot)’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공모전으로 꼽히는 이프가 이 건물에 상을 안긴 것은 그저 예쁘고 아기자기한 외관 때문이 아니다.》

■ 건설사 ‘주택문화관’ 주민의 쉼터로

분양아파트 단순홍보 넘어 갤러리-휴식공간도 마련

두산건설 ‘아트스퀘어’는 국제디자인공모전 수상도

이 건물을 설계한 장순각 한양대 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41)는 “요즘 짓는 ‘주택문화관’은 아파트를 홍보하는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다”라며 “도심 속에서 쉼터와 문화 이벤트를 제공하면서 기업이 추구하는 주거 디자인 개념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기능을 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패션 기업의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 매장)처럼 국내 건설 기업들이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가진 모델하우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아트스퀘어의 외벽을 가로 세로 65cm의 백토(白土) 도기 7900장으로 덮었다. 촘촘히 엇갈려 붙여진 사각형 백자는 이 건물이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주거 건축’을 보여주는 공간임을 암시한다. 타일 뒤에 설치한 붉고 푸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오후 6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불을 밝혀 주변 가로의 분위기를 은은하게 바꾼다.

외벽과 함께 이 건물 안팎의 표정을 결정한 요소는 커다란 계단이다. 가로와 마주한 외벽을 가로지른 계단은 각 층을 곡면으로 파고든 출입구를 만들어 입면의 단조로움을 없앴다. 내부 공간 한복판에 위치한 커다란 원형계단은 얼핏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연상시킨다. 천장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자연광이 완만한 원형계단과 함께 22m 높이의 ‘빛 우물’을 만들었다.

2008년 11월 문을 연 뒤부터 1층 갤러리에는 2, 3개월 간격으로 미술작품 기획전이 마련되고 있다. 1768m²의 건축면적 대부분을 차지한 전시공간에는 15일까지 금중기 김경민 씨 등 작가 5인의 ‘우화(偶話) 조각전’이 열린다. 7, 8월 도예전 후에는 사진과 실내건축 전공 대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할 계획이다.

박현숙 아트스퀘어 관장은 “어렵고 고급스러운 전시보다는 근처를 지나다가 잠깐 더위를 식히러 들른 지역 주민이 편안하게 감상하면서 즐길 만한 대중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층부터는 칸막이벽 외에 평면 단차를 활용해 내부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분할했다. 30명 정도가 넉넉히 앉을 수 있는 회의실과 150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일반의 예약을 받고 대여한다. 콘서트홀은 길 건너 EBS의 TV 프로그램 공개방송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3층 분양관의 모델하우스는 분양하는 아파트가 바뀔 때마다 내부 시설을 교체한다. 1, 2층은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고 3층은 1년 내내 방문할 수 있다.

한화건설이 최근 서초구에 세운 ‘갤러리아 포레’ 모델하우스는 아트스퀘어와 조금 다른 성격으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강조한 모델하우스다. 갤러리아 포레는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씨가 인테리어 디자인에 참여해 서울 성동구에 건설 중인 45층의 주상복합 빌딩. 외형적 디자인 요소보다 설계자의 디자인 개념을 소개하는 내부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누벨 씨의 필체를 본떠 고유한 글자체를 만들고 건물 내부의 모든 안내문에 사용한 것이 한 사례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강남구 대치동 금호건설 ‘크링’은 1층 아트리움에서 다양한 설치미술과 조형물을 전시하고 있다. 64석의 소극장에서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중심으로 한 비상업 영화를 상영한다. 지난달 분양한 인천 송도 ‘포스코 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