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 무대 의상-속옷은 따로 제작하나요?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Q: 무대 의상-속옷은 따로 제작하나요?

―무대 의상은 따로 제작되는 건가요. 속옷까지 별도로 만드는 건지 궁금합니다.(김영미 씨·44·서울 노원구 중계동)

A: 의상협찬 받기 힘들어 대부분 직접 제작
달라붙지 않는 실크 선호… 속옷은 알아서

공연 의상은 의상팀이 따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극일 경우 기성복을 사기도 하지만 작품에 맞게 ‘리폼’ 과정을 거칩니다.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공연은 의상 협찬을 받기 어렵다고 합니다.

10일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서 주요 배역의 의상은 100% 실크에 100% 수(手)작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속바지에 속치마까지 다 실크랍니다. 한 벌에 100만∼200만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제작사인 서울예술단 의상 담당인 최미나 씨는 “천이 ‘스르르’ 떨어지는 느낌이 중요하게 표현되어야 했기 때문에 실크를 사용했다”고 말합니다.

실크 의상은 몸에 닿는 감촉이 좋고 피부에 달라붙지 않아 제작진이 선호하는 재질입니다. 뮤지컬 ‘아이다’에서 가장 비싼 옷은 700만 원짜리 ‘누더기’ 망토였는데요, 이 망토는 실크 원단을 조각 내 수작업으로 만들었습니다. 결혼식 장면에 등장하는 웨딩드레스도 대부분 실크 소재죠. 단, 실크의 문제는 물세탁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서울예술단은 1년에 한 번 정도 의상을 드라이클리닝하고 틈틈이 대형 선풍기에 말리거나 방향제를 뿌린다고 합니다. ‘맘마미아’에서는 세탁한 지 오래돼 꼬질꼬질한 실크 드레스가 멀리 떨어진 객석에서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의상 세탁 문제는 또 다른 골칫거리입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고 소재가 세탁을 자주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니까요. 공연장이 많이 몰린 대학로에는 공연 의상을 전문으로 하는 세탁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연장이 늘어난 서울 강남 근처에는 이런 세탁소가 없어 제작진이 애를 먹고 있답니다.

무대 위 배우의 몸에 걸치는 모든 소품은 공연기획사가 지원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그래서 팬티나 브래지어 등의 속옷은 배우들이 챙겨오는 편입니다. 물론 구하기 힘든 속옷도 있습니다. 발레리노의 티(T)팬티죠.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모두 공연 도중에는 티팬티를 입는데 여자용 티팬티는 시중에서 구입하기가 쉽지만 발레리노들은 발레용품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앞의 주요 부위를 보호하거나 고정하는 보정 장치가 있는 발레리노 전용 티팬티(댄스벨트)는 4만∼5만 원 정도입니다.

공연 도중 의상에 문제가 생기면 난감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올해 초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서는 배우 정성화 씨의 바지 가랑이가 찢어졌습니다. 정 씨는 겉저고리를 허리에 두르는 순발력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어요. ‘맘마미아’에서도 타냐 역의 전수경 씨의 스커트가 남자 배우의 손끝에 걸려 벗겨지며 수영복을 입은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보통 공연에서는 우아하게 손을 흔들며 퇴장하던 전 씨는 이날만큼 빠르게 퇴장했다고 합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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