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플라멩코, 가슴으로 느껴라”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뮤지컬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 제작-안무 맡은 모타-마르셀로 母子

《3일 오전 인터뷰는 조금 복잡하게 이뤄졌다. 기자의 질문이 스페인어 통역을 거치면 엄마는 입 모양을 크게 해 같은 질문을 아들에게 전달했다. 아들은 인터뷰 내내 붉게 칠한 노모(老母)의 입술을 주시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호아킨 마르셀로 씨(44)와 그의 엄마 카르멘 모타 씨(76).》

심리학 전공한 청각장애 아들
스물한살에 엄마의 길 뒤따라
9~14일 LG아트센터서 공연

아들이 안무를 맡고 엄마가 제작에 나선 플라멩코 댄스 뮤지컬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가 9∼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푸에고’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라는 뜻이다.

마르셀로 씨는 보청기 없인 소리를 듣지 못한다. 8세 때 수막염을 앓게 되면서부터다. 그 후 방향 감각을 되찾기 위해 절권도와 태권도 등을 배웠지만 플라멩코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만날 춤을 추니 나까지 하고 싶진 않았죠.”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다른 길을 모색했지만 결국 흘러든 곳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플라멩코 전문학교. 그의 나이 스물한 살 때였다. 그렇게 하기 싫었다던 플라멩코, 왜 그걸 선택했을까. 그는 아직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때부터 모타 씨는 아들의 깐깐한 플라멩코 스승이 된다. 1977년 ‘카르멘 모타 무용단’을 창단하며 스페인 세 곳에 상주 무용단을 갖고 있던 엄마는 무용수의 자리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멜로디도 들을 수 없고 플라멩코의 복잡한 박자도 맞출 수 없는 아들. 그를 위해 어머니는 매번 마룻바닥에서 발을 구르거나 그의 귀에 대고 손뼉을 쳤다. 그러면 아들은 바닥에서 느껴지는 진동으로 박자 맞추는 법을 배웠다. 혹독한 훈련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른 아들의 안무에 엄마는 “10점이 만점이라고 한다면 15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라서 그런 건 아니고요.(웃음) 남들이 소리를 들어서 표현한다면 아들은 소리를 귀가 아닌 머리로 받아들여 이해한 후 그걸 가지고 작품을 구상해요. 한마디로 눈과 머리로 소리를 듣는 거죠. 그러니 아들의 춤은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어요.”

실제 마르셀로 씨의 안무는 시각적으로 화려한 동작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무용수와 결혼한 아들은 바르셀로나에, 엄마는 마드리드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두 모자는 쉼 없이 세계 곳곳을 돌며 플라멩코를 알리고 있다. 플라멩코는 집시와 스페인 원주민 등이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하며 형성된 춤. 한국 공연을 마치면 당장 포르투갈과 페루, 대만 공연 계획이 빠듯하게 잡혀 있다.

“플라멩코는 내게 느낌입니다. 내 머릿속은 늘 복잡해요. 오늘과 같은 인터뷰 상황처럼요. 소리가 안 들리는 대신 많은 것을 봐야 하고 또 많은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플라멩코도 무척 복잡하다 보니 많은 감각들이 발동해요.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려도 플라멩코를 출 수 있어요. 하지만 느낌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는 게 바로 플라멩코입니다.”(마르셀로 씨)

화∼금요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 7시. 5만5000∼15만 원. 02-1544-1555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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