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한국 박물관 100년
1909년 11월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은 창경궁 내에 제실박물관을 만듭니다. 서화, 도자기를 전시했던 이 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 올해는 한국의 박물관 역사가 100년을 맞는 해입니다.
박물관은 유럽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국왕이나 귀족들이 개인 차원에서 수집한 물건을 일반인에게 공개한 것이 시초였습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처럼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유물이 더해져 방대한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박물관은 '제국주의의 산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박물관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외국에 가서 그 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은 필수코스가 되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은 박물관을 찾아가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자긍심을 갖습니다.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 후대에 넘겨줘야 하는 게 우리의 의무입니다. 박물관은 문화와 지식의 원천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요즘 '박물관이 살아 있다'는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박물관의 유물들이 밤이 되면 살아 움직인다는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이 영화의 무대인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넓은 부지 위에 여러 개의 박물관 미술관을 한 데 모아 놓은 '박물관 단지'로 유명합니다. 해마다 600만 명의 관광객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명소 중의 명소입니다.
한국의 박물관 사정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숫자로는 600여개에 이르지만 내용적으론 미흡합니다. 소장품의 질적인 면에서 외국보다 떨어집니다. 정부 내에 박물관 미술관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도 없는 실정입니다.
스미소니언박물관처럼 모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박물관을 지금부터 만들어 가야 합니다. 유물 구입 예산을 늘려 볼거리를 늘리고, 전시 체제를 관람객 위주로 재편해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박물관과 일반인의 교감이 이뤄져야 우리는 문화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10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등은 특별전시회 등 다채로운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참가로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 가는데 동참하기를 권합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