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장자의 붕새… 미당의 학… 모두 해탈의 존재”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 상처 입은 용들의 노래/장석주 지음/516쪽·2만5000원·뿌리와이파리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 등장하는 붕새는 크기가 몇천 리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 큰 북해의 물고기가 변해서 된 새다. 한번 화가 나서 날면 날개가 하늘에 구름을 드리운 것 같다고 한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 장석주 씨는 이 광대한 상상의 크기가 ‘내적 초월성에의 의지’와 상관있다고 분석한다. 우주적 상상력, 세속을 넘어선 내적 자유의 절대성과 자유분방한 경지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천년을 보던 눈’과 ‘천년을 파닥거리는 날개’로 하늘을 나는 서정주 시인의 시 ‘학’에서처럼 말이다.

‘천년 맺힌 시름을/출렁이는 물살도 없이/고운 강물이 흐르듯/학이 날은다//천년을 보던 눈이/천년을 파다거리던 날개가/또 한번 천애에 맞부딪노라…울음은 해일/아니면 크나큰 제사와 같이’

저자는 “장자의 붕새나 미당의 ‘학’은 모두 삶과 죽음, 이상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현실 저 너머의 세상으로 나가는 해탈의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처럼 노장철학을 통해 시를 새로운 방식으로 읽어내고 있다. 한국 현대시뿐 아니라 퇴계 이황의 한시,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에서부터 한용운, 서정주, 윤동주, 이상, 이성복, 천상병 등 여러 시인들의 시 세계를 노장 철학의 다양한 개념으로 조명했다.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 등장하는 ‘호접지몽’ ‘만물제동’은 시와는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다. 풀이 되고 수련이 되고 종달새가 되기도 하는 시인이야말로 변신의 천재들이기 때문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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