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땐 ‘안돼요… 싫어요’라고 말해야 돼요”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굿네이버스 실버 인형극단의 이종임, 한천경, 김정순, 민종현 할머니(왼쪽부터)가 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의 시립화전어린이집에서 성학대 예방 인형극을 마친 뒤 인형극 무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고양=유덕영 기자
굿네이버스 실버 인형극단의 이종임, 한천경, 김정순, 민종현 할머니(왼쪽부터)가 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의 시립화전어린이집에서 성학대 예방 인형극을 마친 뒤 인형극 무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고양=유덕영 기자
굿네이버스 할머니 인형극단 ‘성 학대 예방 인형극’

4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의 시립화전어린이집에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4명이 무거운 가방을 하나씩 손에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교실 안을 한번 둘러보더니 익숙한 솜씨로 조명과 스피커, 마이크 등을 갖춘 인형극 무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단상 위에서 하면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봐야 하니까 바닥에서 하는 게 낫겠네.” “전구가 두 개나 빠졌네. 관리 잘해야지.”

이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성 학대 예방 인형극’ 무대. 한천경(78) 김정순(75) 민종현(70) 이종임(69) 할머니로 구성된 굿네이버스 실버 인형극단이 경기 북부 지역의 어린이집 등을 돌며 인형극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신들의 손자 손녀를 대하듯 무대 높이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인형극은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이 찾아오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좋은지를 알려주는 내용. 인형극 중간 중간에 사회를 본 민종현 할머니는 “우리 몸에는 너무 소중해서 속옷이나 수영복으로 항상 가리는 데가 있어요. 소변보는 곳, 가슴, 엉덩이는 아주 소중해서 다른 사람이 함부로 봐서도, 만져서도 안돼요”라고 자상하게 설명했다. 그러고는 “누가 만지려고 하면 ‘안돼요’ ‘하지 마세요’ ‘싫어요’라고 말하고 얼른 달아나야 해요”라고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40분 남짓한 인형극을 지켜본 아이 70여 명은 인형극이 끝나자 “왜 이렇게 빨리 끝나요”라며 아쉬워했다. 어린이집 김금진 원장은 “자체적으로 성교육을 하고 있지만 할머니들이 인형극을 해 주시니 아이들이 더 잘 받아들이는 것 같고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이 인형극단을 만든 것은 2007년. 꼬박 1년 동안 연습을 했고, 지난해 4월부터 어린이집을 돌며 일주일에 하루씩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한천경 할머니는 “이 나이에 아이들한테 도움을 줄 수 있으니 그게 가장 큰 보람”이라며 “무대 뒤에서 무릎을 꿇고 인형을 움직여야 해서 쉽지는 않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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