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거리 피맛골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청진동 재개발 지역에서 왕실에서 사용한 조선 초기의 보물급 희귀 순백자 항아리 3점이 완전한 상태로 발굴돼 5일 공개됐다. 고급 백자가 고고학 발굴을 통해 땅에서 출토된 것은 이례적이다.
한울문화재연구원(원장 김홍식)은 “상중하 3단계로 나뉘는 왕실용 백자 중에서도 상(上)품에 해당될 정도의 고급 자기로 왕실 의례용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왕실에 자기를 공급한 국가 직영 가마인 관요(경기 광주)에서 15세기 말∼16세기 초에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백자 항아리가 발견된 곳은 전체 19지구인 청진동 정비계획 지구 중 1지구(교보문고 옆 KT빌딩 뒤편)로 최근 발굴 과정에서 조선시대 518년의 건물 터와 동(銅)으로 만든 고급 제기 세트, 관요에서 제작된 백자 등이 쏟아져 나와 ‘조선시대의 타임캡슐’로 주목받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조선 왕실 제기세트 38점도 함께 출토됐다.
▶본보 5월 22일자 A16면 참조
이번에 나온 백자는 국보 309, 310호로 지정된 달항아리 백자처럼 무늬가 없는 순백자다. 높이는 각각 36.5cm, 35.5cm, 28.0cm다. 2점은 길쭉하고 1점은 둥글며 현재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다. 이를 살펴본 나선화 서울시문화재위원은 “조선 초기의 순백자는 희귀 유물로 백자의 곡선과 유약이 조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한울문화재연구원은 “이 백자들은 19세기 건물 터의 구덩이에 파묻혀 있었다”며 “백자를 귀하게 여긴 후대인이 소장하다가 어떤 일 때문에 급하게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