魯人(노인)은 노나라 정치를 맡아보는 사람으로, 昭公(소공)을 가리킨다. 爲長府는 장부라는 창고를 개축한다는 말이다. 소공은 三桓(삼환)이라 불리는 세 대부를 억누르려고 장부를 확장해서 무기를 비축하려 했다. 민자건은 소공이 결코 삼환을 정벌할 수 없거늘 괜스레 장부를 개축한다면서 백성들을 괴롭힐까 봐 염려했다. 仍(잉)은 ‘그대로 따르다’, 舊貫은 ‘옛 일’이다. 如之何는 ‘어떠할까’, 何必改作은 ‘어찌 반드시 고쳐 지어야 하는가’이다. 단, 정약용은 ‘어찌 반드시 새 화폐를 주조해야 하는가’로 풀이했다. 貫을 ‘일’이 아니라 ‘돈 꿰미’로 본 것이다. 여기서는 통설을 따랐다. 夫人은 ‘저 사람’이다. 有中은 적중함이 있다는 말이다.
문화와 제도에는 바꿔야 할 것도 있지만 보존해야 할 것도 있다. 사회적 미덕은 일정 기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것을 갑자기 바꾼다면 우리 발밑을 허무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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