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국수전이 3일 출범식을 갖고 206명의 기사가 참가한 가운데 예선전을 시작했다. 18일까지 A∼K조에서 1명씩 11명의 예선 통과자를 선발한다. 기사들은 약 20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본선 진출자 중 5명은 시드를 받았다. 지난해 4강에 올랐던 목진석 박정상 김성룡 9단과 강유택 2단이다. 또 올해 처음 후원사 추천 시드제를 도입해 이창호 9단을 지명했다.
이번 예선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는 ‘H조’. 예선 조 추첨은 무작위로 하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강자들이 한 조에 모이는데 H조가 ‘죽음의 조’가 됐다. 국수전을 2연패한 최철한 9단(랭킹 5위)을 비롯해 강동윤 9단(3위), 홍민표 6단(22위), 허영호 7단(8위), 한상훈 3단(18위) 등 쟁쟁한 기사들이 모였다.
그런데 H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권효진 5단의 남편이자 중국 출신 객원기사인 웨량(岳亮) 4단이 강동윤 홍민표 두 기사를 이기며 예선 8강에 오른 것. 그는 2007년부터 국내 기전에 참여했는데 그동안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가 이번 국수전 예선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웨 4단은 최철한 허영호 한상훈 기사를 예선 결승전까지는 만날 일이 없지만 그 전에 대결해야 할 주형욱 4단과 이태현 2단도 만만치 않은 신예여서 본선 진출은 첩첩산중이다.
H조보단 못해도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조는 B조. 우선 박영훈 9단(4위)이 가장 앞선다고 할 수 있지만 지난 기 본선에 올랐던 고근태 6단, 김형우 3단과 최근 세계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진시영 3단 등 쉽게 제압할 수 없는 기사들이 포진해 있다.
다른 조에선 신예들의 본선 진출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G조에선 51회에서 초단으로 도전자 결정전까지 올랐던 최기훈 2단과 김지석 5단의 대결이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K조에선 이희성 8단이 눈에 띈다. 이 8단은 50, 51기 4강, 52기 8강에 오르는 등 국수전에서 유독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같은 조의 경쟁자는 조한승 9단과 배준희 2단이 꼽힌다. F조에선 원성진 9단과 지난해 본선 8강에 오른 이현호 초단의 대결이 가장 볼 만하고, A조에선 김승재 2단(17)과 박정환 4단(16) 등 1990년대생 기사의 각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조는 안달훈 7단과 안조영 9단이 가장 유력한 진출자이며 J조에선 한웅규 2단(11위)이 가장 앞서 있다.
국수전 해설자인 김승준 9단은 “만약 최철한 박영훈 9단이 예선을 통과한다면 이창호 목진석 9단과 함께 4파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며 “다크호스로는 박정상 9단과 한웅규 초단 등 신예기사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