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걸린 작품마다 금세라도 뭔가 일이 벌어질 듯한 아슬아슬함이 느껴진다. 달빛마저 숨어버린 구름장 아래 홀로 선 겨울나무, 얼어붙은 호수가에 모여든 오리들, 비행기가 지나간 흔적이 남은 파란 하늘 등. 일상과 동떨어진 소재가 아니지만 ‘공성훈표 풍경’은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낯설고 이질적이다. 이를 순수한 풍경으로, 혹은 은유와 상징을 녹여낸 풍경으로 받아들일지 그 선택은 보는 이의 마음에 달려 있다.
그는 스타작가와 거리가 멀지만 회화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풍경이 지닌 독창성을 주목한다. 전시장을 찾은 화가 오원배 씨는 “과거에는 ‘회화=풍경’이라고 생각했으나 최근 들어 풍경이란 용어 자체를 진부하게 생각하면서 입지가 위축됐다”며 “공 씨는 낡은 틀을 뛰어넘어 시대성을 담은 새로운 풍경을 선보인 화가”라고 말했다. 한 평론가는 “회화예술은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오늘날, 그의 작품은 회화예술이 본래 무엇이었던가를 묻는 것 같은 그림”이라고 평했다.
회화를 전공한 공 씨는 개념적 설치작업과 미디어 작품 등 여러 표현 방법을 탐색하다 2000년 이후 다시 캔버스로 돌아왔다. ‘한곳에 정착하여 이것이나 다른 것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가로서 핵심적인 활동이다’고 믿는 작가. 스스로에 대한 배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그는 아직도 보여줄 게 무궁무진한 작가다. 02-517-9013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