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새로운 피자 영감 얻으려 레스토랑~분식집 순례

  • 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맞수 피자헛-도미노피자 제품개발팀장 “내가 맛의 지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 1층 커피숍에 웬 풍채 좋은 두 남자가 서로를 마주본 채 앉아 있다. 뒷모습만 봐서는 얼핏 ‘형님’ 느낌도 나는 두 30대 남성. 이들 사이에선 왠지 모를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안녕하십니까 한 팀장님.” “최 팀장님 반갑습니다.” 한국피자헛 최재석 신제품개발팀장과 도미노피자의 한상인 제품개발팀장, 국내 양대 대표 외국 피자업체 개발자로 한국인 입맛에 맞는 ‘한국 전용’ 피자를 창조해내는 2인이다. 》

○ 최재석 피자헛 팀장
신라호텔서 10년 요리 경력
“사진-그림 시각 경험 중요”

○ 한상인 도미노피자 팀장
佛 르 코르동 블뢰서 공부
“보통 하루 다섯끼 먹어요”

자타가 공인하는 ‘라이벌’인 두 회사의 ‘실력자’를 한자리에 모이게 하려니 시간 맞추기부터 장소 선정까지 쉽지 않았다. 특히 두 업체 모두 여름 신제품 공개를 1주일가량 앞둔 상태라 보안에 대한 신경전도 만만치 않은 터. 조심스레 피자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부터 물었다.

○ 호텔 주방장에서 피자 고수(高手)로

두 사람 모두 산전수전을 거쳐 온 경력이 무척이나 화려했다.(각 회사를 대표해 대답한 만큼 독자 편의상 멘트 뒤에 이름 대신 회사명을 붙였다.)

“신라호텔에서 10년간 요리했어요. 당시 일이 즐겁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니 너무 특정 소수만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온 게 아닌가라는 회의가 들더군요. 패밀리 레스토랑인 한국 베니건스 연구개발(R&D) 팀장으로 옮긴 이유였죠. 주위 사람들은 다들 ‘좌천’된 게 아니냐며 걱정했지만 전 오히려 대중의 입맛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해요. 베니건스를 안 거쳤으면 그보다 더 대중적인 피자헛에 적응 못했을 거에요.”(피자헛)

“전 ‘봉주르’ 한마디밖에 모르던 21세 때 무작정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어요. 부모님 반대도 무릅쓰고 결국 제겐 ‘꿈의 학교’였던 ‘르 코르동 블뢰’에서 1년간 공부했죠. 한국에 돌아와선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한식당과 청담동에 있는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했어요. 어느 순간 남이 만든 요리를 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CJ푸드빌을 거쳐 도미노피자로 옮겼죠.”(도미노)

두 요리사 모두 피자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음식이라는 데에 입을 모았다.

“사실 보통 레스토랑에선 수프와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등으로 메뉴가 나뉘기 때문에 한두 가지 정도 맛이 별로여도 다른 더 맛있는 메뉴로 커버하면 돼요. 하지만 피자는 달라요. 하나의 둥그런 빵 위에서 모든 것을 맛보여줘야 하는 단일 품목이다 보니 ‘대박’이거나 ‘쪽박’인 셈이에요.”(도미노)

“제가 피자를 개발할 때 가장 주의하는 점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여야 한다는 부분이에요. 저 같은 전문 요리사가 아닌 전국 350여 개 지점의 현장 생산 직원들도 쉽게, 정확하게 만들 수 있도록 제조법을 개발해야 하는 거죠. 호텔 음식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해서 결코 피자 요리가 쉬운 건 아니에요.”(피자헛)

○ 한국인 입맛에 맞춘 한국인 전용 피자

피자 신제품을 개발할 때 필요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지도 물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믿기 때문에 저는 책을 많이 읽어요. 요리책은 물론이고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책을 보죠. 맛에 대한 경험만큼이나 시각적인 경험도 중요하거든요. 15년 넘게 요리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적어둔 개인 아이디어 메모도 수시로 열어봅니다. 그 당시엔 활용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나중에 다시 보면 써먹을 수 있거든요.”(피자헛)

“저는 보통 하루에 다섯 끼는 기본으로 먹는 편이에요. 이태원이나 청담동 같은 ‘핫 플레이스’부터 동네 허름한 식당들도 찾아다니면서 요즘 ‘뜨는 맛’의 패턴을 분석합니다. 유명하단 커피가게의 커피를 맛보며 ‘커피맛 스테이크를 토핑으로 올린 피자는 어떨까’라고 고민하곤 하죠.”(도미노)

두 업체에서 최근 몇 년간 국내에 선보인 피자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피자헛은 다양한 형태의 피자를 내놓고 있고 도미노피자는 갖가지 토핑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피자헛에선 4000만 판 판매를 기록한 ‘리치골드’에 이어 빵 부분을 한입 크기로 쪼개 놓은 ‘치즈 바이트’, 반달 모양으로 접어 구운 ‘반달피자’, 담백하고 얇은 ‘후레쉬 딜라이트’ 등이 대표적. 반면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여름부터 ‘세계 요리 피자’라는 콘셉트에 맞춰 프랑스와 독일, 태국,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피자들을 선보이는 중이다. 게살과 통새우를 올린 ‘게살 프랑쉐’와 독일식 양배추 김치인 사워 크라우트 및 훈제 돼지고기 안심이 올라간 ‘도이치 휠레’, 발사믹 소스로 간을 한 마늘과 스테이크를 올린 ‘이탈리안 갈릭 스테이크 피자’ 등.

○ 칭찬, 그리고 자랑

두 사람에게 경쟁사 피자 맛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스테이크를 피자에 올리는 건 사실 예전에도 많이 나왔던 발상이에요. 하지만 거기에 마늘을 활용한 것이 도미노피자의 성공 비결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스테이크의 포화지방을 마늘이 완화해주는 데다 밀가루의 탄수화물과 스테이크의 단백질, 마늘의 효소가 서로 잘 어울리거든요. 고급 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해 ‘피자=요리’라는 이미지를 만든 데에도 높은 점수를 드리고 싶습니다.”(피자헛)

“제 인생 첫 피자가 고등학교 시절 맛 본 피자헛의 리치골드 피자였어요. 한입 베어 문 순간 ‘아…이런 맛도 있구나’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고구마와 치즈 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리치골드 피자가 저는 한국인 입맛에 정말 잘 맞는 피자라 생각해요.”(도미노)

급(急) 훈훈해진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으로 각자 가장 애착이 가는 피자에 대해 자랑할 시간을 제공했다.

“아무래도 가장 최근 나온 이탈리안 갈릭 스테이크 피자가 가장 내 자식 같고 마음이 가죠. 특히 그 바삭바삭한 마늘 플레이크를 만드는 데 시간도 돈도 많이 들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기름은 덜 먹고 쓴맛은 최대한 안 나는 마늘 플레이크를 만드려고 마늘만 수백 번도 더 튀겨본 것 같아요.”(도미노)

“올여름 신제품인 더블 치킨 피자를 내놓기까지 정말 많은 뇌세포를 썼습니다. 그만큼 고민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웃음) 불황에 가뜩이나 마음도 움츠러드는데 고객들께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어요. 피자를 받아봤을 때 ‘와 치킨 토핑이 진짜 많이 올라가 있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토핑 양을 2배로 늘리는 데 가장 주력한 제품입니다.”(피자헛)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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