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가 탱고를 만난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수석주자인 비올리스트 김가영 씨(34)가 13일 탱고 연주회를 연다. 제목은 ‘탱고의 꽃(Flor de Tango)’.
8일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김가영 씨를 만났다. ‘정통’ 클래식을 공부하고 연주해 온 그는 지난달 초 연주회 제목과 같은 이름의 앨범을 냈다. 분홍색과 보라색 꽃이 어우러진 포스터는 화려하면서도 처연한 느낌이다. 열정적인 리듬 속에 인간사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탱고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비올라의 애수어린 중저음으로 빚어내는 탱고 선율이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를 좋아했고,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온 탱고 곡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beza·간발의 차이)’가 귀에 착착 감겼다. 2007년 금호아트홀 독주회가 탱고로 가는 길의 문을 열어줬다.
“피아노를 맡아준 박종훈 씨와 탱고 곡을 앙코르로 연주했는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 관객과 소통하는 폭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까요. 또 내 성격이 열정적이다 보니 참 잘 맞았어요.”
이번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박종훈, 재즈 기타리스트 김민석 씨가 함께 한다. 밀고 당기며 섬세한 감정의 선을 이어가는 애절한 탱고, 격정적인 삶을 그려내는 듯 강한 리듬의 탱고까지 펼쳐 보인다. 레퍼토리는 피아졸라의 ‘탱고 블루스’ ‘캬바레’ ‘리베르탱고’를 비롯해 박 씨가 작곡한 탱고풍의 곡 ‘월요일’ ‘슬픈 왈츠’도 함께 연주한다. 특히 ‘말라가의 봄’과 ‘용기’는 작곡자 박 씨가 김가영 씨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곡이다.
“오리지널 스타일보다는 더 구슬프고 더 격한, 더 빠른 비트의 연주를 선보이려고 해요. 비올라와 피아노, 기타가 서로 소곤소곤 대화하며 만들어내는 탱고랍니다.”
늘 머무르던 클래식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한다는 부담,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솔리스트로 서는 무대.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는 ‘내조의 악기’에 가깝다. 다른 악기의 소리를 채우거나 받쳐주는 엄마의 역할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는 “클래식 연주자의 일탈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향 동료들도 기대 반 걱정 반이랍니다.(웃음) 사실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지휘자의 음악인 셈이죠. 저마다 자기 음악을 고집하면 수 십 가지 색깔의 음악이 나올 테니까요. 나만의 빛깔을 보여주고 싶은, 내재된 욕망을 탱고로 표현한 거죠.”
13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 1만∼5만 원. 02-6085-9387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