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디카, 영화촬영 “레디∼ 액션! ”

  • 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 DSLR카메라의 HD급 동영상

쏟아져 나오는 갖가지 디지털 제품들의 새로운 개념과 변화 속도는 그 분야 전문가들도 따라 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다. 마치 기계가 사용자들의 의식을 순치시키며 끌고 가는 느낌이다. 사진을 찍는 입장에선 디지털카메라가 특히 그렇다. 10년 뒤 우리는 어떤 형태의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을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국내에 필름카메라를 대체할 목적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카메라가 도입된 것은 1999년 니콘D1과 캐논D30이 저널리즘 분야에 사용되면서부터다. 필름카메라는 오랜 세월 셔터속도, 플래시 동조 속도, 조리개, 렌즈의 정밀도 등 기계적 매커니즘의 꾸준한 개선을 통해 그 형태를 유지해왔다. 반면 디지털카메라는 최근 10년만 보더라도 정보기술(IT)과의 접목, 이미지센서 개선을 통해 메모리 처리속도나 화질개선, 메모리카드 저장용량의 급속발전, 동영상 기능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날로그 백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디지털카메라의 발전 과정 중에서 작년부터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바로 DSLR카메라에 고화질(HD·High Definition)급 동영상 기능의 탑재다.

현재 모든 콤팩트카메라는 동영상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성능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반면에 DSLR카메라에 HD급 이상 동영상기능 탑재가 주목을 끄는 것은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을 하더라도 다양한 카메라 렌즈를 통해 영화와 같은 심도 표현, 풍부한 표현력이 가능한데다 고화질의 영상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사진을 찍는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 HD TV나 그보다 큰 화면에서도 선명한 화질로 영화와 같은 영상을 즐기게 되었다는 뜻이다.

현재 DSLR카메라에 동영상 기능을 추가한 카메라는 캐논 EOS 5DMarkII(이하5DMarkII), EOS 500DMarkII(이하500D)와 니콘 D90과 D5000 등 4종류가 전부다. 그중 캐논 5D와 500D는 최고화질인 Full HD까지를 지원하고있다. 이들 제품은 카메라가 나가야 할 미래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카메라와 캠코더는 아날로그 시절 사진과 동영상이란 고유의 영역만을 수행했다. 하지만 두 기계가 디지털화되면서 서로 영상과 사진을 부가기능으로 첨가해 두 기능이 하나의 제품에서 이뤄지면서 상대방 영역을 허물기 시작했다. 실제로 오늘날 콤팩트카메라의 동영상 기능은 이미 사용자들이 당연시하는 부분이다. 반대로 동영상 캠코더는 영상에서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간단하게 고화질의 사진을 추출할 수 있다. 외부 메모리카드를 캠코더에 삽입해 간단하게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은 최종적으로 완전히 하나가 되리라 일반인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시판 중인 기종의 성능부터 살펴보자.

표에서 보듯이 이들 카메라는 노리는 수요층이 다른 만큼 가격과 성능에 차이가 있지만 이들이 구사하는 기능은 가까운 장래에 그냥 두 가지 기능의 단순 탑재가 아닌, 두 가지가 하나인 것처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흐를 것임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캠코더는 동영상에서 사진을 뽑아 쓰는 방향이고, 카메라 쪽은 고화질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중요한 순간에는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든지 그 반대도 가능한 방식인데 현재까진 DSLR카메라가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 보급된 동영상의 카메라 장착 효과는 기대보다는 폭발적 호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양쪽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용하기엔 약간씩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최고 품목의 Full HD를 지원하는 5DMarkII의 경우 사진의 초당 연사속도가 3.9컷으로 보도용 카메라의 10컷에는 못 미쳐 순간포착을 노리는 사진가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동영상은 줌 배율이 ENG카메라에 비해 떨어지는데다 자동초점 기능이 미흡하고 작은 카메라이다 보니 흔들림이 심하다는 약점도 보인다. 또 영화와 같은 수준급 영상을 찍는 데는 다양한 보조액세서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기술적 극복은 마지막 문턱만 남아 있는 상태. 단점이 보완된 제품이 나오면 그 용도는 너무나 많다. 실제로 캐논은 5DMarkII의 수동 설정이 가능토록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서비스하거나. 미국 레드락사는 5DMarkII용 영화제작용 액세서리를 만들어 파는 등 단점 보완이 신속히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조금만 더 개량한다면 더 많은 용도가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음을 본다.

현재 보도에 종사하는 사진기자들은 자사 인터넷판 동영상을 취재하기 위해 대부분 동영상 카메라를 따로 지니고 있다. 만일 신문이 방송에 진출한다면 동영상이 탑재된 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을 동시에 취재해 일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의 경우도 현재 쓰는 ENG카메라는 비싸고 무거운 반면 DSLR카메라를 사용하면 Full HD의 영상품질에다 이동이 간편해 취재 보조용, 드라마보조용 카메라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독립영화나 뮤직비디오 상업광고 등도 이미 언급한 몇 가지 기능이 보완된다면 얼마든지 제작이 가능할 것이다. 모 언론사 인터넷뉴스팀에서 일하는 한 기자는 5DMarkII를 사용해 자신이 제작한 4분가량의 단편영화(천사 추락하다)를 촬영했다. 회사 내 HD TV로 이를 본 동료는 물론 누리꾼들도 그 화질에 놀랐다면서 가난한 영화감독 지망생들의 꿈을 실현해줄 최고의 카메라로 꼽았다. 굳이 영화관 상영은 아니더라도 블로그나 UCC 등 오늘날 웹 공간에 Full HD는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DSLR카메라의 보급은 새로운 사회 현상도 야기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과 관련된 조직 전반은 그동안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특수 분야였다. 하지만 대중화로 말미암아 먼발치에서 궁금하게 쳐다보고만 있던 일반인들을 1인 미디어나 뮤직비디오, 독립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스스럼없이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런 일반인의 참여(general touch)는 전문가들을 더욱 전문화, 세분화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낮은 수준의 전문분야는 아마추어와도 경쟁하게 되는 사회현상을 보여주는데 이미 사진 분야는 한참 진행 중이다. 실제로 사진관 아저씨보다 사진을 잘 찍는 아마추어 사진가가 많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카메라를 생산하는 캐논과 니콘은 큰 스포츠대회 때마다 새로운 DSLR카메라를 차례로 선보이는 경향을 보여 왔다. 최상위 기종의 경우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2007년 5월에 캐논 1DMark3 가 나온 후 그해 11월에 니콘D3X가 나왔다. 이번엔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캐논이 먼저 신기종을 내놓을 차례로 보이는데 후속 모델에 동영상 기능이 추가되는지가 벌써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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