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한 왕이 살았다. 그는 모든 걸 가졌으나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우울증에 빠진 왕은 궁정요리사를 부른다. “내가 전쟁에서 참패하고 길을 잃어 기진맥진한 채 한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였네. 한 노파가 뛰쳐나와 반기며 산딸기오믈렛을 먹여주었지. 오믈렛을 먹자마자 난 기적처럼 기력을 회복했고 희망이 샘솟았지. 자네가 그 오믈렛을 만든다면 짐의 사위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음뿐이네.” 충직한 요리사는 말한다. “폐하! 저를 죽여주십시오. 저는 오믈렛의 레시피를 훤히 알지만, 폐하가 드신 오믈렛의 재료는 구하지 못합니다. 전쟁의 위험, 쫓기는 자의 절박함, 부엌의 따스한 온기, 뛰어나오며 반겨주는 온정,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어두운 미래. 이 모든 분위기는 제가 도저히 마련하지 못하겠습니다.” (벤야민, ‘산딸기오믈렛’ 중에서)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내 마음의 산딸기오믈렛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아무리 용을 써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TV 맛집 프로그램을 보며 군침을 흘리다가도 막상 그곳에 가면 실망했다. 우린 언제든 식신원정대를 조직하여 떠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단 하나의 기억으로 남을 천상의 맛을 찾기는 어렵다. 맛집 탓이라기보다는 우리 마음에 둥지를 튼 저마다의 산딸기오믈렛이,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아우라로 채색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 시절 우리집에 놀러온 아줌마들은 김마담표 비엔나커피에 열광했다. 나의 어머니는 살가운 이웃집 아줌마들이 마실 오실 때마다 기꺼이 ‘김마담’을 자처하며 들쩍지근한 다방커피에 싸구려 아이스크림을 듬뿍 넣은 짝퉁 비엔나커피를 조제하셨다. 미취학 아동이었던 나는 입맛을 쩍쩍 다시다가 “이마에 피도 안 마른 게, 무신 커피고!”라며 눈을 흘기시는 엄마에게 매번 퇴짜를 맞았다. 청소와 설거지를 반복하며 아첨을 떤 후 마침내 김마담표 비엔나커피를 얻어먹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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