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요없다는 우파는 오해
분배정의 외치는 좌파는 편견
좌파시각서 생각의 오류 짚어
“자본주의 대안은 없다” 결론
“좌파는 개인보다 기업에 조세 부담을 지우자고 주장한 뒤 그런 정책이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좌파 정당들은 탄소세에 반대하면서 값을 치러야 할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라 석유회사를 비롯한 환경오염의 주범들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금이 오르면 석유회사는 이윤 감소를 혼자 감수하지 않고 휘발유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다.”
저자는 경제에 대한 좌파의 주장이 갖는 오류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지적한다. 분배와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또 다른 비용을 초래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얘기다. 그는 비슷한 예로 세금을 싫어하는 우파도 지적한다.
“의료서비스 소비량을 늘리고 싶거나 새 지하철을 이용하고 싶으면 세금을 올리는 일에 한 표를 던지면 된다. 이런 식으로 세금을 올린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경제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보면 세금은 본질적으로 사악하다든가 세금이 낮은 게 바람직하다든가 하는 시각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기본적으로 좌파적 성향을 가진 학자다. 그는 책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우파와 좌파의 시각을 모두 비판한다. 우선 공격 대상은 우파. ‘시장만 있으면 모든 게 잘 돌아가게 돼 있으므로 정부는 필요 없다’는 생각의 오류를 짚어낸다.
시장은 경제적 이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개인의 이해관계는 간단히 하나의 집단적 이해로 뭉쳐지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공동 목표의 달성을 위해 전원이 행동을 취하게 만들기 위해선 정부의 ‘보이는 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데이비드 흄이 언급한 세 가지 기본 원칙, 즉 재산권을 보호하고 교환의 자발성을 보장하고, 계약 이행을 강제할 정직한 집행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인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우파의 주장도 비판한다. 그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로 들어 “돈 낼 능력도 없으면서 집을 산 사람을 탓하겠는가. 그런 사람에게 돈을 꾸어준 은행을 탓하겠는가. 모기지 채권을 열심히 인수함으로써 은행을 뒷받침한 투자자에게 잘못이 있는 것일까. 책임은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우파의 시각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작심하고 공격하는 대상은 좌파다. 그는 좌파들이 경제학 공부를 게을리하면서 무작정 자본주의를 비난만 하는 태도를 특히 문제 삼는다.
좌파의 ‘무식’이 드러나는 사례로 그는 우선 ‘공정가격의 오류’를 들었다. 가격 조정으로 분배 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은 불합리한 주장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을 낮추는 것은 분배정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전기료를 낮추면 혜택이 필요하지 않은 모든 사람도 같은 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는 요인은 이런 종류의 가격 통제가 수요 공급의 왜곡된 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전기가 싸면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소비한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 사례로 임대주택을 늘리면 임대주택을 구하려는 사람이 늘고, 건설사는 이윤이 떨어지는 임대주택 건설을 줄이므로 결국 피해는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
좌파가 지향하는 ‘하향 평준화’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그는 “자본주의 아래에서 자원 및 생산자원 배분이 불공평한 상태로 시장에 투입되면 소득 및 소비도 불공평하게 분배되지만 효율은 증가한다. 바꿔 말하면 빈부 격차는 여전하지만 구성원 전원이 이전보다는 좀 더 만족하게 된다”면서 “하향 평준화를 지향해야 할 이유는 원칙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언젠가는 망하리라는 급진 좌파의 생각에도 일침을 가한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가 저절로 무너질 거라는 기대는 급진 좌파가 품은 가장 낙관적이고도 안이한 소망 가운데 하나”라면서 “세상은 자본주의를 그렇게도 미워하고 의심하지만 자본주의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란 지독히도 어렵다”고 밝혔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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