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품들은 1번부터 1500번까지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다. 고유번호 1번은 온라인 경매를 통해 1만4000유로(약 2470만 원)에 팔렸다. 한국에서는 25대를 판매할 예정이고 현재까지 10대가 팔렸다.
뱅&올룹슨의 오디오 제품이 인기를 모으는 것은 단순하고 실용적이면서 감성을 살린 디자인 때문이다. 베오사운드 9000의 디자인 모티브는 턴테이블. CD와 MP3 플레이어가 각광받기 전 LP처럼 CD가 돌아가는 모습이 밖에서 보이도록 CD를 오디오 박스 밖으로 꺼냈다. 유리 커버 안으로 CD 6장이 모두 보인다. 세련된 외양 때문에 영화 ‘작업의 정석’ ‘과속 스캔들’ 등에 소품으로 사용됐다.
섬세한 기술력을 살린 디자인도 돋보인다. 재생이 끝나면 CD는 사용자가 넣은 그 각도에서 멈춘다. CD를 잡아 재생하는 클램퍼가 가속된 상황에서 손을 대면 광전 센서가 이를 인식해 클램퍼가 자동으로 멈춘다. 방 안의 조명을 끄면 클램퍼 가장자리에 있는 발광다이오드(LED)가 CD가 재생되는 동안 은은한 주황빛을 발산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 오디오는 책장 위에 반듯이 눕히거나 수직, 수평으로 세울 수 있고 벽에 걸 수도 있어 소비자의 취향과 실내 구조에 따라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그에 맞춰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뱅&올룹슨은 사용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조화되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심플한 외양과 꼭 필요한 기능만을 갖춘 실용성을 강조한 덴마크 디자인의 기본 틀을 따르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길고 추운 겨울 때문에 사람이 오래 머무는 집 안 환경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뱅&올룹슨은 구매 전 서비스도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매 전 소비자가 집에서 원하는 제품을 체험하는 서비스가 있다. 이때 가전제품과 집 안 인테리어의 조화를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인테리어 컨설팅도 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