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조련사 조범현의 포수론] “쑥쑥 자란 김상훈 아직은…”

  • 입력 2009년 6월 15일 08시 07분


KIA 조범현 감독은 과거부터 최고의 포수 조련사로 이름을 떨쳤다. 쌍방울 배터리코치 시절 박경완을 지옥훈련 끝에 국내 최고 포수로 끌어올렸고, 삼성 코치 시절에는 ‘가능성’ 있던 진갑용을 역시 정상급 포수로 키워냈다. 이젠 평범하던 KIA 김상훈을 진정한 포수로 만들어가고 있다. KIA가 올 시즌 선전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되지만, 김상훈의 성장을 빼놓을 수 없다.

○포수 능력은?

포수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으로는 투수리드, 포구와 송구력, 블로킹 등이다. 포구와 송구, 블로킹 등은 야구를 깊이 있게 보는 팬들이라면 어느 정도 능력치를 파악할 수 있다. 투수리드는 웬만큼 식견이 있어도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흔히 “볼배합이 잘못됐다”고 지적할 때가 많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투수리드를 위해서는 지난 경기의 복기, 투수와 상대선수의 장단점에 대한 데이터가 녹아들어야 하며, 게임의 흐름과 상대타자의 컨디션까지 파악하는 눈이 있어야 한다.

○성장한 김상훈, 그러나…

조 감독은 김상훈을 두고 “지난해 많이 발전했고, 올해 또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처음 봤을 때 김상훈은 포수로서 공식화돼 있었다. 경기 후 ‘그 상황에서 왜 그런 사인을 냈느냐’고 물은 뒤 대답을 들어보면 공식적이었다”고 말했다. 응용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김상훈의 포수로서 굳어진 틀을 깨기 위해 매 경기가 끝난 뒤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때로는 몸쪽 변화구 4-5개를 연속적으로 던질 수 있는 변칙도 필요하다는 것을 김상훈이 터득하도록 유도했다. 포수는 어떻게 볼배합을 하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없다. 조 감독은 “타자가 타석에 서 있는 자세만 보고도 무엇을 노리는지 알아차려야한다. 또한 파울 타구가 나올 때 배트의 각도를 보면 타자의 컨디션은 어떤지, 어떤 코스의 어떤 공을 노리는지, 약점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것을 응용해 볼배합을 해야 한다. 박경완은 이제 이런 경지에 올라있는 포수다”고 말했다.

○포수는 무엇으로 사는가

포수는 가장 힘든 포지션으로 꼽힌다. 한여름에도 무거운 장비를 착용한 채 쭈그리고 앉아야하고, 몸으로 공을 막아내고, 베이스커버를 해야 하고, 때로는 주자와 육탄전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조 감독은 육체노동보다 더 힘든 것이 정신노동이라고 말했다. 투수는 보통 경기당 150개 안팎의 공을 받는데 공 1개마다 머리를 써서 볼배합을 하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포수도 슬럼프가 있다. 아무리 박경완이라도 사인을 내는 족족 안타를 맞는 경기가 1년 중 6-7경기는 있다. 그럴 때면 포수는 미칠 지경이다. SK 감독 시절 이럴 때는 박경완을 절대 나무라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유격수쪽 병살타를 유도하기 위해 볼배합을 했는데 정확히 결과가 나올 때 그 쾌감은 말할 수 없다. 포수는 그 재미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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