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고고학자들은 기존 학설로 설명이 힘들거나 불가능한 유물을 접할 때 먼저 유물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발굴물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떨쳐버리고자 애쓰는데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발견한 사람이 한몫 잡으려고 위조품을 제작했다’는 혐의를 씌우는 것이다. 이 방법이 먹혀들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발굴물의 연대를 의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주지하다시피 연대 측정은 오차범위가 넓을뿐더러 방법상 약점도 적지 않다.”》
가짜로 폄하된 ‘미스터리 유물’
위 글에서 볼 수 있듯 저자는 ‘제도권’ 고고학자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다. 스위스 바젤대에서 어학과 민속학을 전공한 그는 고고학계로부터 위조품으로 낙인찍히거나 주목받지 못한 고고학적 발견을 추적해 왔다. 그런 사례를 모은 책이다.
그는 우선 인류의 조상에 대한 발견들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발견이 고고학에서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트리닐에서 발견된 호모에렉투스의 뼛조각은 당초 70만∼10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됐지만 그 이후 추가연구 결과 180만 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인근에서 1908년 발견된 턱뼈는 약 50만∼7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돼 유럽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유골 조각으로 알려졌으나, 그 뒤 스페인의 오르세에서 16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 조각이 발견되면서 인류가 유럽에서 살기 시작한 시기는 훨씬 먼 과거로 밝혀졌다.
저자는 “이렇듯 오늘날 고고학에 대한 우리들의 지식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 새로운 발견은 무시되기 일쑤다”고 말한다.
1982년 4월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공무원 러셀 버로스가 와바시 강 계곡을 지나던 중 작은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여기에서 석판에 새겨진 여러 가지 그림과 돌조각들을 발견했다. 그 가운데는 이집트나 페니키아 문화를 연상케 하는 그림들이 많았다. 고고학계는 ‘구대륙과 신대륙의 접촉이 콜럼버스로부터 시작됐다’는 기존의 학술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이 유물들에 대해 “현대에 와서 위조된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1924년 프랑스 중부의 온천도시 비시 동남쪽에서 출토된 유물 3000여 점도 논쟁을 일으켰다. 농부가 밭을 갈다 최초로 발견한 이 유물은 점토판, 돌조각, 꽃병 등의 유물이었는데 문자와 유사한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연대 측정 결과 유물의 제작 시기는 기원전 1만7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 시기는 문자가 없는 시대로 알려져 있다는 점을 들어 학계는 발견된 유물을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멕시코의 멕시코시티로부터 북서쪽으로 280km 떨어진 해발 1947m의 중앙고원에선 1944년 어느 날 희한한 토우들이 발굴됐다. 아기 공룡에게 먹이를 주는 여인상, 공룡의 등을 타고 앉은 남자상 등이었다. 공룡의 모습은 현대의 동물학자들이 화석을 근거로 복원해 낸 티라노사우루스, 프레시오사우루스 같은 공룡들의 모습과 일치했다. 인류가 출현하기 전 자취를 감춘 공룡 조각들을 보고 고고학자들은 깜짝 놀랐다.
1954년 멕시코의 국립고고학 조사팀은 공식 발표를 통해 유물들은 모두 가짜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학자 찰스 해프굿 교수가 이곳에서 발굴한 조각품을 연대 측정한 결과 6500년 전의 것으로 드러났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저자는 “지금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불과하더라도 미래에는 그 의미가 파악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지식이나 우리 능력으로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미스터리 유물을 한데 모아 연구하는 박물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