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 매체는 이종상 화백이 후소회(後素會) 회원도 아니고 이당의 제자들과 아들도 이 화백을 본 일이 없다고 보도했다. 후소회는 1936년 이당의 문하생 운보 김기창과 월전 장우성 등이 한국화의 정통성 계승을 목표로 만든 모임이다. 운보와 월전은 한국화의 대가이자 1만 원권과 100원권 화폐의 영정을 그린 화가이다.
이종상 화백은 "내가 불쑥 튀어나온 신인도 아니고, 이당 선생 생전에는 이런 얘기가 없다가 왜 갑자기 이런 식으로 흠집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당을 찾은 것은 국전 특선을 하던 1960년대 초"라며 "당시 서울대 스승이던 월전 선생이 영정기법을 가르치지 않고 학교를 그만두는 바람에 그분의 스승인 이당을 찾아갔다. 당시 분위기에선 서울대생이 이당에게 드러내놓고 수업을 받기 어려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는 이당에 대해 제기됐던 일제 강점기 친일 의혹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문하생도 아니면서 배우는 게 죄송스러워 집에서 그림을 그려 그걸 선생께 가져갔고, 이당 선생은 코멘트를 해주시는 방식으로 가르치셨다"면서 "이당 선생이 살아계실 때 함께 전시도 했다. 5000원 권을 그릴 때는 자주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소회의 회원만이 제자라고 한다면 나는 제자가 아니다. 레슨비를 낸 적도 없고 그분 문하생으로 정식으로 들어갔던 것도 아니다"라며 "왜 후소회에 안 들어갔느냐고 하는데 후소회 분들은 이당에게서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배운 분들이다. 저는 이당 외에도 스승이 많다. 후소회 분들과 가는 길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05년 6월 이당이 친일파로 몰려 '화폐영정 교체 논란'이 일었을 때 후소회 분들은 왜 다들 조용했느냐"며 "그때 나 혼자만 이당을 옹호하다가 인터넷에서 '친일파 교수'라고 욕만 잔뜩 먹었다. 진작 좀 내가 이당의 제자가 아니라고 해주지 그랬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화백은 자신이 이당의 제자라고 말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에 대해 "오히려 내가 이당에게 배운 일을 밝혀 이당을 더욱 빛나게 했다"며 "정식 문하생이 아니므로 내가 혼자 터득했다고 말해도 되었다. 하지만 단 하나를 배웠어도 밝히는 게 예의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화백은 1975년 5000원 권의 율곡 이이 영정을 그렸고 서울대학교 미술관 초대 관장, 대한민국 국가표준동상 영정 심의위원회 심사위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최고액권인 5만 원권 화폐의 신사임당 영정을 그려 유통을 앞두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