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수놓은 듯… ‘자개의 재발견’

  • 입력 2009년 6월 18일 02시 59분


정현숙 교수 에이스아트 그랑프리 수상 기념전

그물처럼 직조된 자개 조각이 캔버스 위를 수놓는다. 붉은 바탕에 연두색 자개를, 검정 바탕에 분홍색 자개를 올리니 바탕색이 자개 위로 뽀얗게 비치면서 색감의 변화가 나타난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17∼23일 열리는 정현숙 대진대 예술대학 미술학부 교수의 개인전은 자개로 사각형이나 원형의 추상적, 반복적 패턴을 보여 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영문 미술전문지 에이스아트가 해외에서 활동이 활발한 작가에게 주는 에이스아트 그랑프리 수상 기념전이다.

정 씨는 2007년경 대진대 내에 있는 대진테크노파크의 자개 가구 공장에서 현대적인 자개 가구 디자인을 의뢰받으면서 자개를 회화의 소재로 ‘재발견’했다. 작업은 기계로 자개를 0.5∼1cm 두께로 가늘게 자른 뒤 핀셋으로 조각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크기가 큰 작품은 꼬박 한 달이 걸린다. 전통 자개농의 원형이 그대로 보이는 작품은 아니지만 자개의 화사함과 은은함은 살아 있다. 자개로 만든 패턴 안에는 체코산 크리스털을 박아 화려한 멋과 함께 동서양의 조화를 추구했다.

정 씨는 이번 전시에서 사각형 패턴이 모여 원 모양을 만들어낸 100호 크기의 작품 네 점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나선형으로 이어 붙인 자개 조각이 앞으로 튀어나올 듯 입체적인 원을 만들어낸다. 각기 다른 바탕색을 깔아 변화를 줬다. 정 씨는 “자개를 활용해 우리의 전통을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작품 제목을 모두 ‘비포 앤 애프터’로 정했다”며 “여기서 원은 죽음과 삶, 과거와 현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유산이나 생명의 변화를 상징하는 나비를 밑그림에 넣은 작품도 선보인다. 정 씨는 “우리 전통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크릴로 칠한 푸른색과 녹색 등의 바탕색에 반가사유상과 석가탑, 조선 백자 등을 그려 넣고 그 위에 자개로 마름모꼴이나 직사각형의 패턴을 얹었다.

정 씨는 “외국 아트페어에서는 자개 소재가 좋은 평가를 받는데도 우리는 이를 소홀히 하거나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작품을 통해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