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충돌하고 만나는 작품 속엔 또 하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안애순 씨(49)와 DJ소울스케이프(본명 박민준·30). 안 씨는 ‘아이고’ ‘백색소음’ 등을 통해 한국 전통의 춤사위와 현대 무용을 접목한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로 최근 ‘바람의 나라’ ‘대장금’ 등에서 뮤지컬 안무를 맡았다. DJ소울스케이프는 LP음반에서 음원을 추출해 힙합 라운지 소울 음악을 만든 뮤지션이다. 공연을 앞둔 두 사람을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무용단과 일하는 것은 처음이라 작업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신체와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한다는 점에서 내가 익숙한 비보잉과 현대무용은 같으면서 다른, 다르면서도 같은 장르더군요.”(DJ소울스케이프)
“무용을 0.1% 소수 관객을 위한 공연이라 하잖아요. 소울스케이프가 무용을 모르는 게 당연하죠. 난 바라는 것 없어요. 오히려 몰라서 더 자유롭게, 그냥 놀아주길 바라요.”(안 씨)
왜 불교문화의 상징인 불상이 불쌍하다는 의미의 ‘불쌍’이 되었을까. 작품 구상의 모티브를 준 것은 프랑스 파리의 부다바(Buddha Bar)였다. 1990년대 후반 파리에서 처음 선보인 부다바는 불상을 원형을 알기 힘든 팝아트 조각상으로 변형해 인테리어 혹은 가구로 사용하는 고급 레스토랑을 일컫는다.
“요즘 파리에 가면 한국 젊은이들의 필수 관광코스래요. 우리 전통이 서양에 의해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지고 이것이 다시 ‘역수입’되는 거죠.” (안 씨)
총 4개의 시퀀스로 구성된 공연은 무대에 놓인 부처상들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문화적 코드가 덧입혀진다. 그러면서 각기 다른 문화들은 서로 융합하며 새로운 유형을 만들지만 결국 아무도 자신의 얼굴이, 타인의 얼굴이 부처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다양한 가면을 쓴 불상들은 설치미술가 최정화 씨가 제작했다. 25, 26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3만∼5만 원. 02-2005-0114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