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벌레 한 접시, 개구리 뒷다리, 방울뱀 샐러드.
자녀들에게 이 중 뭘 먹을지 골라보라고 한다면 선택은 당연히 피자일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 다른 음식은 생각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징그러운 동물들이다. 하지만 그런 동물을 아주 맛있는 요리로 즐기는 나라도 있다.
이 그림책은 우리에겐 별나지만 다른 이들에겐 훌륭한 음식을 유쾌하게 소개한다.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그 자체로 신기하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먹지 못할 것 같은 동물과 식물이 다른 나라에서 귀한 음식임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다.
개구리 뒷다리구이, 올챙이가 우글거리는 수프, 개구리 볶음밥은 놀랍게도 유럽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즐겨 먹는다. 더군다나 개구리 요리를 고급 요리 식품점이나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다.
개구리 고기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도 들을 수 있다. 중세시대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물고기 말고 다른 고기는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개구리와 비버의 고기는 먹었다. 당시 사람들은 개구리와 비버가 물에서 헤엄치니까 물고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미국 서부지역에서는 방울뱀 샐러드를 먹는다. 방울뱀 샐러드는 뼈가 작고 많아서 살코기를 발라내기 힘든 요리다. 3kg짜리 방울뱀에서 나오는 살코기가 고작 500g밖에 안 되지만 미국 서부 사람들은 발라낸 살을 양념에 버무린 뒤 야채와 함께 맛있게 먹는다.
뱀의 독은 어떻게 할까. 방울뱀의 독은 송곳니와 연결된 독주머니에만 있고 살에는 없어 먹는 데 문제가 없다. 방울뱀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지방이 적고 하얀 살코기는 게살을 씹는 것처럼 맛이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양식으로 먹는 지렁이. 중국, 프랑스, 멕시코, 베트남에서도 귀한 음식이다. 저자는 지렁이 맛을 상상해보라며 “입안 가득 지렁이가 꾸물꾸물 꿈틀꿈틀 스멀스멀 미끈미끈…”으로 이어지는 시를 읊는데, 좀 징그럽지만 지렁이가 움직이는 모양의 부사 표현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이 책은 옛 사람들이 즐겨 먹은 음식도 소개한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알을 밴 매미가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쥐고기는 식량이 귀한 유럽의 탐험가들에게 중요한 음식이었고 포도주를 담는 술통을 만들던 프랑스 사람들도 고급 포도주를 훔쳐 먹어 포동포동 살이 찐 쥐를 구워 먹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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