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시절 진(秦)나라 승상에까지 오르며 권력을 휘두른 이사(李斯)는 황제가 병사한 뒤 권력다툼 과정에서 환관 조고(趙高)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요참형(腰斬刑·허리를 베어 죽이는 형벌)을 당하기 직전 그는 아들에게 “너와 함께 누런 개를 데리고 동문으로 사냥 나가고 싶지만, 이제 다 틀렸구나(牽犬東門 豈可得乎)”라는 말을 남겼다. 문인들은 그의 유언을 ‘동문견(東門犬)’이라 부르며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뼈아픈 심정과 평생 좇았던 권력의 무상을 담은 말로 해석했다.
이 책은 중국 역사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문인들의 삶을 담았다. 한무제(漢武帝)의 노여움을 사 궁형(宮刑·생식기를 없애는 형벌)을 받고 오랜 고통 끝에 숨진 사마천(司馬遷),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에게 밉보여 요참형을 당한 시인 고계(高啓), 위(魏) 진(晉) 교체기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명으로 형장의 이슬이 된 혜강(혜康) 등 36명의 이야기다. 책은 위인전이 아니다. 중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마오둔문학상 1회 수상자이자 루쉰문학상, 올해의 산문대상 등을 받은 저자는 문인을 핍박한 통치자보다 권력욕과 명예욕에 눈이 멀어 불운을 자초한 문인의 처신을 더욱 신랄하게 비판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