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의 도시 외관이 화려하게 바뀌고 있다. 거리 곳곳에 문화의 향기와 예술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명동’으로 꼽히는 지역 최대의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는 불법 노점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노점상이 차지하고 있던 곳에 벤치와 야외 공연시설이 들어서는 등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산뜻한 거리로 거듭났다. 동성로와 인접한 중구의 중앙로는 전국 처음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돼 ‘걷고 싶은 거리’, 주제가 있는 거리로 개조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동대구로 등 대구의 관문도로를 대구의 상징거리로 만드는 사업도 본격 추진된다.
○ 찾고 싶고, 걷고 싶은 문화의 거리로
대구 중구 남산동에 살고 있는 주부 김미영 씨(47)는 요즘 저녁마다 동성로에서 산책을 즐기는 게 일과가 됐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동성로에 쉴 곳과 볼거리가 생겨 산책을 겸한 쇼핑을 즐기는 맛이 그만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1년 전만 해도 거리를 가득 메운 노점상과 인파에 부딪혀 제대로 걷기가 어려웠던 이곳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져 매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을 통해 동성로가 시민들이 걷고 싶은 거리로 변한 것이다. 대구시와 대구 중구가 추진해 온 동성로(대우빌딩∼대구백화점 간 760m)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은 현재 마무리 단계다. 이곳에는 상설야외무대가 마련됐고 보도블록도 모두 교체됐다. 노점상이 있던 곳에는 가로등과 벤치가 들어섰고 옛 읍성이 있던 곳에는 상징물과 표지가 설치됐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심재생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성로 공공디자인 사업 총감독인 건축가 권문성 씨는 “동성로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멋진 거리로 바뀔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았다”며 “동성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리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거리로 꾸몄다”고 말했다.
동성로 가까운 곳에 있는 중앙로를 멋지게 꾸미는 작업도 한창이다. 현재 공사 진척률은 25% 정도. 중구 반월당 사거리∼대구역 구간의 중앙로 1.05km를 10개의 공간으로 나눠 물, 축제, 문화 등 주제가 있는 마당으로 조성한다. 물의 마당에는 조형분수와 거울분수 등을 설치하고 중앙 치안센터 부근에는 대규모 야외무대와 바닥분수대 등을 갖춘 ‘축제의 장’이 조성된다. 이곳은 대규모 축제 때 행사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대구지하철방화’ 참사 현장인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부근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형물과 사고 당시 배출된 연기를 형상화한 안개분수도 설치해 교훈으로 삼도록 했다.
○ 역사와 문화, 예술이 흐르는 공간으로
대구 도심 곳곳이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구시가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중구 수창동 옛 KT&G 담배제조창 건물과 터(4613m²)를 문화창조발전소(복합문화공간)로 개조하는 프로젝트. 도심 속 흉물스러운 공간으로 방치돼 온 이곳을 문화창조발전소로 조성하는 이 사업에는 국비와 시비 등 150억 원이 투입된다.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1만 2150m²의 규모로 국제창작스튜디오, 전시관, 문화교류센터, 레저공간 등이 갖춰진다. 내년 하반기에 공사를 시작해 2011년 5월 완공될 예정.
시는 중구 계산동, 동산동 일대에 문화적인 얘깃거리에 맞춰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조경 작업을 통한 거리 디자인 개선 등 ‘도심재생 프로젝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저항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이상화 시인과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 선생 등의 고택도 새롭게 복원했다.
대구 근대화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중구 북성로와 북성3길, 수창1길 도로변, 경상감영공원, 달성공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역사박물관도 건립할 예정. 대구 공공디자인개선사업추진위원장 이정호 경북대 교수(건축학과)는 “대구 근대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골목길을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가 있는 스토리를 되살려 도심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1000여 개가 넘는 대구 시내 골목 골목마다 숨어 있는 옛이야기를 끄집어내 관광자원화하는 것. 김범일 대구시장은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심 골목길 등은 대구가 자랑할 수 있는 거대한 문화자산인 만큼 개발과 보존에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도시품격 업그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