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주말드라마 ‘2009외인구단’(사진)을 서둘러 끝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방영한 2009외인구단 최종회(16회)는 지옥훈련 영상이 언론에 공개돼 외인구단이 비난을 받고 서부구단의 다른 선수들이 외인구단과 함께 경기할 수 없다며 일부러 실수를 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이 와중에 오혜성(윤태영)은 홈런을 치고 구단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마지막 장면은 부상에서 회복한 오혜성이 텅 빈 경기장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이야기가 허술하게 끝났다고 지적했다. 한 시청자(ID sdk1203)는 시청자 게시판에 “이렇게 결론이 안 난 드라마는 처음 본다”며 “엄지와 혜성의 사랑은, 혜성과 동탁의 대결은, 유성구단 특별팀 구성은, 동탁과 엄지의 마지막은, 외인구단과 서부구단의 관계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썼다.
2009외인구단은 최종회에서도 극적 갈등의 핵심인 마동탁(박성민)과 오혜성의 승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동탁의 아내가 된 여주인공 엄지(김민정)와 오혜성은 문자 메시지와 전화가 통하지 않아 엇갈리는 것으로 끝나 둘의 사랑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나운서인 현지(송아영)가 외인구단에 비판적인 여론을 바꿀 방송을 준비하고, 마동탁이 비밀리에 극한 훈련을 하는 부분도 방송에 나왔지만 이후 과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
이는 원작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현세)의 비극적이고 깔끔한 마무리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원작 만화에서는 서부구단이 1차전에서 이긴 뒤 오혜성이 져 달라는 엄지의 부탁에 팀을 지게 만든다. 그 충격으로 손병호 감독이 심장마비로 숨지고, 엄지는 죄책감에 정신병원에 간다. 시간이 지나 시력을 잃은 혜성이 엄지와 정신병원에서 만나는 것으로 끝난다.
2009외인구단의 최종회 시청률은 9.6%(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했다. MBC는 당초 이 드라마의 17∼20회 분량을 일부 촬영했으나 시청률이 저조하자 16회로 끝냈다. 시청자 ‘jsulgi’는 “외인구단을 보려고 매주 주말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며 “등장인물 소개에 있는 ‘배도협이 홈런을 친다’ 등의 장면도 안나오고 해피엔딩도 새드앤딩도 아니게 끝내는 일은 무책임하며 드라마의 팬들과 연기자들에게 도리가 아니다”라고 썼다. 2009외인구단 후속으로는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리메이크 한 ‘친구, 우리들의 전설’(토 오후 10시 50분, 일 오후 10시 40분)을 27일 첫 방송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