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도 마찬가지다.
관객의 발길을 끌기 위한 멀티플렉스 업체 간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상영관 품질 격차도 커졌다.
올 상반기 각 멀티플렉스 업체의 주목할 만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꼽아봤다.》
○ 메가박스
고화질 4K 상영기기 전관 설치
○ CJ CGV
가로 27m 대형스크린 ‘승부수’
○ 롯데시네마
지역특성 맞춰 인테리어 차별화
거실에 고급 홈시어터 시스템을 갖춰놓은 사람도 극장을 찾는다. 스크린의 스케일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나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대형 블록버스터는 아무래도 커다란 극장 스크린으로 봐야 제 맛이 난다.
최근 국내 영화관 스크린 경쟁은 2파전 양상.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공동으로 상영시스템업체인 디지털시네마코리아를 설립했다. 이에 맞서 메가박스는 5월 블록버스터 ‘천사와 악마’ 개봉을 기점으로 신형 소니 ‘4K’ 디지털 상영기기를 전 상영관에 설치했다. 이 기기는 국내에 폭넓게 보급된 기존 ‘2K’보다 선명한 해상도를 구현한다. 같은 크기의 그림을 표현하는 데 4배 더 많은 픽셀을 쓰는 것이다. 2K는 가로 2048개, 세로 1080개의 픽셀로 가정용 고화질(HD) TV의 해상도(1920×1080)와 별 차이가 없다. 4K는 같은 크기 스크린에 가로 4096개, 세로 2160개의 픽셀을 넣는다. 화면 입자가 고와져 스크린에 가까운 앞쪽 좌석에서 관람할 때 느껴졌던 픽셀 흔적을 감지할 수 없다.
CJ CGV는 스크린 규모로 승부를 걸었다. 3월 문을 연 부산 센텀시티점 ‘스타리움관’에 가로 27m, 세로 11.5m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11.1채널의 사운드 시스템을 갖춰 음원(音源)의 미세한 방향 차이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멀티플렉스 사운드는 보통 4채널. 스크린은 국내 최대였던 CGV 왕십리점 아이맥스관보다 가로 길이가 5m 늘어난 크기다. 8월 개관하는 서울 영등포점 스타리움관에는 센텀시티점보다 큰 가로 32m, 세로 13m 크기의 스크린을 설치한다.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한 상태다.
현재 메가박스 최대인 경기 수원 영통점 M관은 가로 19m에 세로 10.3m, 롯데시네마 최대인 서울 건대점 6관은 가로 15m, 세로 8m의 스크린을 가졌다. 메가박스 서울 코엑스점 M관 스크린 크기는 가로 17.7m, 세로 7.7m다.
롯데시네마는 극장의 입지적 특성을 살린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메가박스와 CJ CGV가 전국 모든 체인점 공간을 똑같은 디테일로 꾸미는 반면, 이 업체는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른 극장을 만든다. 5월 문을 연 인천점 내부에 인천공항을 테마로 한 공간을 꾸민 것이 대표적 사례다.
롯데시네마 인천점 매표소 홀에는 공항 로비처럼 세계 주요 도시의 시간을 가리키는 대형 벽시계들이 걸려 있다. 매표소도 비행기 발권 데스크처럼 꾸며 공항 로비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로비 천장에는 비행기 날개 모양을 본뜬 장식물을 달고 벽면에는 해 질 녘 공항 창밖의 비행기 모습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세계 주요 관광도시 이미지를 차용한 인테리어 시리즈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부산 동래점에 프랑스 파리 물랭루주를 모티브로 한 공간을 만든 뒤 올해 2월 문을 연 부산대관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3월 개관한 서울 신림관은 체코 프라하를 테마로 인테리어를 구성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