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다문화가족 종합대책 발표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교육지원 확대… 결혼심사는 강화

올해 여름방학부터 다문화가족 자녀가 많이 다니는 학교를 중심으로 중국어 베트남어 등을 가르쳐주는 ‘이중 언어 교실’이 시범적으로 설치된다. 또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다문화가족 자녀를 위해 방과후 학교에 수준별 보충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정부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다문화가족의 자녀 교육과 결혼이민 여성의 한국사회 적응, 취업 지원 강화를 골자로 한 ‘다문화가족 지원 개선 종합대책’을 22일 발표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된 이 종합대책에는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다문화가족정책을 총괄·조정하고 외국인 주민이 많은 시군구 자치단체에 다문화가족정책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을 현행 복권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환해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가능하게 했다.

○ 자녀 교육 지원 강화

이번 대책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다문화가족 자녀의 양육 및 교육 지원 방안이다. 지난해 5월 현재 다문화가족 자녀는 5만8000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어머니의 한국어가 서툰 탓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정부는 우선 다문화가족 영·유아가 많이 다니는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 ‘다문화언어지도사’와 ‘희망유아교육사’ 배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다문화언어지도사는 언어치료, 언어병리학 등을 전공한 전문 교사로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언어발달 진단과 교육을 맡는다. 다문화가족의 어린 자녀가 집에서 엄마와 사용하는 언어와 보육시설에서 사용하는 한국어 사이에서 혼란을 겪어 언어 발달이 늦어지는 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희망유아교육사도 다문화가족 어린이의 각종 ‘발달 지연’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다문화가족 자녀를 위한 ‘이중 언어 교실’ 교사도 이들의 사정을 잘 이해하는 결혼이민자 출신 전문 인력을 활용하기로 했다.

결혼이민 여성에 대한 한국어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적 취득 희망자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게 하는 ‘사회통합 이수제’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한국어 교육 및 한국문화 이해사업과 연계시키기로 했다.

결혼이민 여성의 배우자(남편)를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해 ‘이주여성 자활 공간’을 설치하고 이혼 등 가족 해체로 방치된 자녀의 실태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이 전체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다문화가족의 해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결혼이민 여성의 진로 설계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으며 결혼이민자를 채용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 위장·사기 결혼 엄격 규제

정부는 위장·사기 결혼을 막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국제결혼 중개업자는 결혼을 원하는 외국인에게 반드시 결혼당사자(한국인)의 신상정보를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또 국제결혼중개업 표준약관을 제정해 중개업체에 의한 피해자를 보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출입국관리소에서 결혼사증(비자) 발급에 앞서 당사자를 불러 교제와 결혼의 진정성 여부 등을 묻고 확인하는 ‘실태 조사 대상국’을 현재 중국 1개국에서 베트남, 필리핀 등 23개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결혼사증 신청서류에 건강진단서와 범죄경력확인서 등을 추가해 사증 발급 심사도 강화한다. 주로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이뤄진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 등 지자체의 국제결혼 비용 지원사업도 폐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영주권 전치(前置)주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영주권 전치주의는 미국이나 독일처럼 우선 영주 자격을 취득한 후 일정 기간과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게만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 대신 국적을 더 신속하게 취득할 수 있도록 처리해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단순히 한국에 체류하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을 이용하거나 귀화를 신청하는 것은 막고, 한국인이 되겠다는 확실한 의사를 가진 사람에게 국적 취득을 허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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