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120여 개의 소극장이 밀집됐는데도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2010년 예술지원 정책 개선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대학로에 소극장이 밀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9년까지 31개였던 대학로 소극장은 2004년 말 54개로 늘어났다. 2005년 5월 ‘대학로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급속히 늘어나 2009년 현재 125개에 이른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5년간 71개가 증가해 연평균 14.2개의 소극장이 들어선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극장 수가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공연장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문화지구 지정 이후 대학로 땅값이 2배가량으로 치솟으면서 극장 임대료도 덩달아 상승했다. 자본을 들여 소속 배우와 연관된 콘텐츠를 만들려는 연예기획사와 뮤지컬을 주로 공연해 온 대형 공연기획사가 극장 운영에 뛰어든 것도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는 다시 코미디, 뮤지컬, 로맨틱드라마처럼 ‘돈 되는’ 공연의 남발과 정통 연극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객에 비해 극장이 급증한 탓에 관객 확보를 위해 가두티켓 판매에 나서는 ‘호객꾼(삐끼)’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일부 개그공연이 이런 혼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대안은 무엇일까. 대학로소극장협회 김대환 상임이사는 △연말연초에 집중된 공연지원금의 연중 분산 △다양성 확보를 위한 공연장별 특성화에 대한 정부지원 △극장등급제 도입 △대학로문화지구 전담부서 신설 등을 꼽았다.
공연지원금의 분산은 서울문화재단(12월)과 예술위(1월)의 우수공연지원 선정이 연말연초에 몰려 이들 공연이 하반기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다. 예술위는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우수작에 대한 사후지원금(20억 원)을 지급하는 시점이 9월로 앞당겨지면 상반기 공연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연장 특성화는 실험극 등 전문극장을 표방하는 공연장에 대한 정부 지원을 말한다.
문화부와 예술위는 대학로예술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을 재단법인으로 만들어 1년 단위로 대학로 소극장 운영권을 확보한 뒤 평균임대료의 40%만 받고 무대를 제공하고, 예술위 예산 중 60억 원으로 서울지역 10개 공연장과 5개 연습실을 빌려 대관료의 50%에 우수공연작을 유치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예술위는 특성화된 운영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공연장 15곳을 선별해 10억여 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극장등급제는 스페인처럼 공연장 등급을 매기는 방안과 미국의 브로드웨이처럼 소수의 브로드웨이 극장과 다수의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으로 차별화하되 매년 2, 3곳씩 최대 20여 개의 대학로 대표극장을 선정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마지막 방안은 문화부나 해당 지자체에서 전담 부서를 신설해 공연장의 이미지통합 작업과 공동마케팅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문화부에는 문화지구를 사후 관리하는 부서가 없으며 종로구청 문화체육과 소속 직원 1명이 대학로 문화지구에 대한 관리를 맡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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