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목장을 견학 갔었는데, 아이스크림 제조 체험 프로그램이 있었다. 놀랄 정도로 간단했다. 소금을 뿌린 얼음이 든 큰 바가지 위에, 우유가 든 작은 바가지를 얹고, 계란 풀 때 쓰는 것 같은 기구로 열심히 휘젓는다. 이런다고 뭐가 될까? 마술도 아니고 말이야. 한 이십분 저으니 딸기우유가 딸기아이스크림 모양을 내기 시작했다. 먹을 만했다. 돈 주고 사먹는 거랑 별 차이 없었다. 내 노고가 깃든 탓인지 더 맛있는 것도 같았다. 나처럼 손놀림이 션찮은 이가, 집에 가서 아이 녀석에게 마술쇼처럼 위장하여 뽐내야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간결한 과정이었다. 문득 아이스크림 회사들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포장 값에 각종 첨가물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싸게 팔고 있는 거 아닌가?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인데!
그러나 나는 무척 게을렀다. 집에서 해 보려고는 했으나, 얼음 준비하는 것은 냉장고가 해준다 치더라도 얼음을 잘게 부술 생각에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고 그 핑계로 중단했으니 말이다. 설령 내가 아이스크림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입 까다로운 아이 녀석이 바가지에 무슨 죽처럼 엉긴 그것을 맛나게 먹어 주었을까? 포장 화려하고 각종 첨가물 밀도 높은 아이스크림들 중에서도 제 시각과 미각에 준하는 것에만 탐을 내는 고매한 취향에 맞아 줄까? 그러니 아이스크림 값이 비싼 것이구나! 까다로운 소비자의 미각과 시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좀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인가. 게다가 한국에서는 무엇이든 비쌀수록 잘 팔리는 트렌드가 면면히 흐르니 저렴한 값 매기기도 어려우리라.
김종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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