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월 20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젊은 미국의 새로운 시대에 도전합니다.…찢긴 공동체를 다시 이어야 합니다.” 5년 뒤인 1998년 8월 17일의 연설. 그는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으로 몇 개월째 미국이 들끓던 상황에서 “우리 국가적 담론의 원단조직을 수선하자”고 강조했다. 그의 연설에는 ‘보수와 회복’ ‘재생’이라는 은유(메타포)가 있었다. 파괴된 이미지의 재탄생을 강조한 그의 연설은 새 정부가 펼칠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영국의 언어학자인 저자는 미국과 영국의 정치지도자들이 국민을 설득하는 데 사용한 레토릭(수사학·修辭學)의 특징을 분석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정치는 윤리’라는 은유에 충실했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규정하고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공서비스 개혁과 관련해 그는 “바람직한 가치”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의 전투”와 같은 표현을 애용했다. 윈스턴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영국을 이끌며 수시로 전달한 메시지에는 ‘영국은 정의를 추구하는 영웅’이라는 영웅 신화가 담겨 있었고 마틴 루서 킹의 연설에는 힘든 세상에 구세주가 강림한다는 ‘메시아 신화’가 있었다. 저자는 ‘적’ ‘정치적 모험’ 등의 은유에 능숙했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국제관계를 재무상 회계 개념에 비유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수사학도 분석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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