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까칠한 여행작가의 영국 뜯어보기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빌 브라이슨 지음·김지현 옮김/456쪽·1만3800원·21세기북스

저자는 1973년 3월 영국을 여행한 뒤 ‘런던 타임스’와 ‘인디펜던트’지의 기자로 일하며 정착한다. ‘나를 부르는 숲’ 등 베스트셀러를 통해 재치 넘치는 여행작가로 인정받는 저자는 20여 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다시 한 번 영국 여행을 떠난다. 저자는 런던에 도착해 “런던에 싫증이 나면 그 사람은 인생에 싫증이 난 것이다”라는 영국 시인 새뮤얼 존슨의 말을 떠올린다. “소 한 마리만 죽어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온 그에게 대도시 런던은 황홀하고 눈부신 곳이었다.

에든버러 국립스코틀랜드미술관에서는 남루한 행색으로 고야의 그림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아버지와 아들을 만난다. 저자는 철학 역사 등 수준 높은 문제를 내는 텔레비전 퀴즈쇼에서 택시운전사나 철도기관사가 우승하는 것을 떠올리며 “기관사들도 틴토레토와 라이프니츠를 알고 있는 나라인 건지, 아니면 틴토레토와 라이프니츠를 알고 있어도 기관사 일밖에 할 수 없는 나라인 건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옥스퍼드에 대해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활동했던 대학 당국자들과 건축가, 도시 개발자들이 단체로 정신발작이라도 일으켰던 걸까?”라며 최근의 건축물 때문에 대학가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망가진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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