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진보세력 가장 큰 문제는 대한민국 정통성 인정않는 점”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한국진보세력 연구’ 책 낸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DJ-노무현정부는 좌경중도”
“現NL파 일부 北노선 동조…인간존엄-인권 등 이상 망각”
“세계화 이해속 대안 만들어야”

“현재 진보세력의 주류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민족민주혁명(NDR) 이념에 기초한 전투적이고 종북적인 세력입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가 26일 1945년 광복 이후 한국 진보세력의 발자취와 사상, 인맥, 활동상을 분석한 ‘한국진보세력 연구’(청미디어)를 펴냈다. 그는 2005년 ‘한국보수세력 연구’를 출간한 바 있다.

남 교수는 “당시 보수세력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진보세력과 관련한 자료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됐다”며 “진보세력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정당, 정치인뿐 아니라 좌파급진 단체, 비밀서클과 지하조직, 진보적 지식인 등을 망라했다”고 말했다. 724쪽인 이 책은 참고 주석이 1731개, 등장인물이 2369명에 달할 만큼 방대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남 교수는 광복 후 진보세력을 1987년 민주화를 기점으로 그 이전을 구세대 진보, 이후를 신세대 진보로 나눴다. 구세대 진보도 박헌영 여운형 백남운 조봉암 등을 구세대 1기로, 1960년 4·19혁명 이후 1980년까지 사회민주주의세력 지도자인 김달호 윤길중 박기출 고정훈 김철 등은 2기로 분류했다. 신세대 1기는 전민련과 민중당을 만든 핵심세력인 이부영 제정구 이재오 장기표 김근태를, 신세대 2기는 현재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창당한 인사와 386운동권을 내세웠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것은 독재정권의 조작과 지하서클화 등으로 진보 단체의 실체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며 “확정 판결이 난 단체나 인물을 골랐고 그중에서도 검찰 구형보다 형량이 크게 낮은 사건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좌경 중도’ 정부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좌파적 성향을 띠지만 복지정책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같이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참여한 것 등을 고려할 때 ‘좌경 중도’로 보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으로 사회민주주의적 성향의 온건 진보세력이 소멸하고 혁명을 내세운 좌파 학생운동권이 득세하면서 유럽처럼 사회민주주의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한 점에 주목했다. 남 교수는 “현재의 NL파(민족해방파) 중 일부가 19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북측의 지도와 영향을 받아 이념 면에서 남조선해방노선에 동조하게 됐다”며 “이는 해방정국에서 박헌영 등이 코민테른 노선에 충실해서 소련 등의 지시에 복종해 독자성을 상실한 것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의 진보세력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내의 좌파세력과 민노당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특히 NL파는 인간의 존엄과 인권 등 진보 사상의 이상을 망각하고 맹목적인 북한 정권 감싸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진보세력이 마르크스주의 등 낡은 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지식인과 학생 출신이 핵심을 이뤄 관념주의와 교조주의에 빠진 탓”이라며 “진보세력이 세계화의 물결과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들의 진보적 가치 역시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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