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삼성 채태인(27)이 갑자기 카메라 앞에 섰다. 최근 고등학교 유망주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마디를 해달라는 인터뷰 요청 때문이었다. 이후 덕아웃에서 만난 채태인은 “개인적으로 고등학생 선수가 해외로 진출하는 건 반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9년 전 부산상고(현 개성고)에서 좌완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던 채태인은 그 기량을 인정받아 보스턴 레드삭스로 입단했다. 하지만 어깨 수술을 받은 후 재기에 성공하지 못했고 2005년 결국 팀에서 방출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투수가 아닌 타자로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다.
채태인은 “해외에 나가면 투수들이 일단 150km의 볼은 기본으로 던진다”며 “한국에서 날고 긴다는 선수들도 도착하는 순간 만만치 않은 현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은 선수는 박찬호, 추신수가 전부라는 게 그의 설명. 돈 때문에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받은 만큼 쓰게 돼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빗대 충고를 건넸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그만큼을 주지 않으니까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5억원을 받아도 그 중 1억원은 세금으로 빠져나가죠. 하루 기본 생활비만 100-200달러씩은 들어요. 루키리그에서는 그나마 숙소나 차를 구단 것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 적게 드는 편이지만 싱글A로 올라가면 전부 스스로 감당해야 하죠. 어떻게 쓰다보니까 한 달에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고작 146달러더라고요.”
채태인은 고등학교 졸업 직후 해외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현재 클리블랜드에서 뛰고 있는 동기 추신수를 예로 들며 “성공할 줄 알았다”는 그는 “두산 김현수(21)를 보면 해외 나가도 잘 할 것 같지 않나. 고등학교 때 반짝 잘 한다고 나갈 게 아니라 여러 검증을 통해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친구들이 진출하는 것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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