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나 TV예능 프로그램 ‘상상플러스’ 얘기가 아니다. 디자인에서도 불황일수록 이전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부분적 디자인 수정을 택하는 ‘시즌2 전략’이 빛을 발한다. ‘○○○ 시즌2’ 상품은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은 히트제품의 인기를 딛고 시장에 안착하기 쉬운 동시에 신선한 이미지를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햅틱2’ ‘아이스크림폰2’….
제품의 주기가 짧고 기술 발전이 빠른 휴대전화는 ‘시즌2’ 디자인이 유난히 많다. 삼성전자의 전면 터치스크린 휴대전화 ‘햅틱’은 2008년 3월 출시된 뒤 70만 대가 팔린 히트 상품. 차별화된 유저 인터페이스와 진동 피드백이 인기를 모았고 사용자와 휴대전화의 교감을 주제로 한 “만져라, 반응하리라”는 홍보 문구가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햅틱의 인기를 바탕으로 이를 새로 디자인한 햅틱2를 지난해 9월 시장에 내놨다. 햅틱2는 진동의 세기와 바탕화면의 위젯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용자 환경을 최적화했다. 3월에는 휴대전화를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데 착안해 후속 제품 ‘햅틱 팝’도 내놨다. 이 제품은 사용자의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배터리 커버를 바꿔 끼우도록 디자인해 40만 대가 팔렸다. ‘시즌2’ 전략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셈이다.
LG전자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휴대전화 아이스크림폰2는 보자마자 ‘한입 베어 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해 4월 시장에 나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구가한 ‘아이스크림폰’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었다. 이 제품은 파스텔 톤의 깜찍한 외양으로 아이스크림을 연상케 한다. 전화나 문자가 오면 전면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반짝이며 물고기, 꽃, 구름 등 26개의 깜찍한 이모티콘이 표시돼 귀여운 느낌을 전달하는 것도 시즌1, 2의 공통적인 디자인이다.
아이스크림폰2의 경우 깜찍한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하고 사용자가 이모티콘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꾸밀 수 있는 편집기능을 넣었다. 해외 로밍,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웹 서핑, 전자사전 등 부가기능도 추가했다. 색상도 파스텔 톤은 그대로지만 스노 화이트, 스카이 블루, 피치 핑크 등 더 진하게 바꿨다. LG전자 MC한국사업부장 조성하 부사장은 “구매 고객의 70% 이상이 여성이었던 전작에 이어 귀여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10, 20대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인 프리미엄 폰도 시즌2로 브랜드 파워를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옴니아’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공개했다. 옴니아2는 세계 최대 사이즈인 3.7인치 스크린을 채택했고 ‘옴니아프로B7610’은 전면 터치스크린과 쿼티(qwerty) 자판을 장착한 혼합형으로 디자인했다. LG전자도 15일 ‘프라다폰’에 이어 전면 터치스크린과 쿼티 자판을 장착한 사이드 슬라이드 디자인의 고속패킷접속(HSPA) 방식 3세대(3G) 프리미엄 휴대전화 ‘프라다폰2’를 출시했다.
○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라
시즌1 출시 후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디자인을 수정한 뒤 ‘시즌2’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리버는 2008년 3월 출시해 국내외에서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한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E100’의 후속 제품 ‘아이리버 E100시즌2’를 디자인하며 소비자의 의견을 대폭 반영했다.
아이리버는 E100 출시 뒤 자사 홈페이지의 ‘아이리버 게시판’에 올라온 사용자 후기에 “외국어 학습 기능이 강화됐으면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데 주목했다. 이에 아이리버는 지난해 11월 E100에 ‘스터디 모드(Study Mode)’를 추가해 E100시즌2를 출시했다. E100시즌2는 라디오 청취가 가능하고 녹음과 오디오 파일 구간 반복 기능이 있어 MP3플레이어를 외국어 공부용으로 사용할 때도 편리하도록 디자인했다. 오렌지, 실버, 화이트의 세 가지 컬러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린 것도 시즌2의 달라진 점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