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생물처럼 바뀌는 브랜드 이미지

보통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BI) 디자인이 한번 정해지면 몇 년 동안 바뀌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은 쉽게 눈치 채지 못하지만 기업 BI는 고객 취향과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모습을 바꾼다.

KT는 KTF와 합병한 뒤 이동통신 브랜드인 ‘쇼(SHOW)’의 BI를 조금 바꿨다. 쇼 이미지인 ‘플레이 버튼’ 속의 빨간색은 옛 KTF 시절에는 주황 계통의 ‘에너제틱 오렌지’였다. 그러나 KT가 유선통합 브랜드인 ‘쿡(QOOK)’의 BI를 짙은 빨간색으로 정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통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생겨났다. 이에 따라 ‘쇼’의 BI 색상에서 에너제틱 오렌지를 버리고 ‘쿡’과 같은 빨간색을 적용하기로 했다. KT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전국 1300여 곳의 이동통신 대리점 간판을 일일이 바꿀 예정이다. 수천 곳의 판매점까지 감안하면 작지 않은 공사다.

LG텔레콤의 ‘오즈(OZ)’ BI는 탄생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조금씩 변신했다. 원래 ‘OZ’의 ‘Z’자는 지금보다 각이 진 모양이었다. 그러나 Z자가 너무 각이 져서 크기가 작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브랜드의 Z자는 좀 더 둥글게 수정됐다. 물론 무심코 길거리를 지나는 일반 소비자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LG텔레콤은 또 자사(自社) 간판이 신설된 규제에 따르느라 ‘O’자의 크기가 경쟁사보다 작게 만들어졌다는 불만이 나오자 친환경 조명기술인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해 간판이 빛나도록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LG텔레콤의 간판이 반짝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만 눈길은 어느새 이곳을 향하고 있었다.

SK텔레콤도 2006년 만든 기존의 T의 BI가 너무 딱딱하고 차갑다는 지적을 받아 지난해 둥글둥글하고 따뜻한 이미지의 BI로 과감히 변경한 뒤 호평을 받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