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제품 안전 먹을거리 이미지 강조
남양유업이 지난달 무색소를 표방해 내놓은 ‘드빈치 슬라이스 치즈’는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 포장 용기를 사용했다. 기존 노란색 슬라이스 치즈와 차별화되는 흰색 치즈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디자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슬라이스 치즈는 대부분 노란색을 띄지만 이는 사실 식욕을 돋우기 위해 노란 색소를 넣은 것이다. 남양유업이 선보인 이번 신제품은 색소를 전혀 쓰지 않고 치즈 본연의 색인 흰색을 그대로 살렸다. 여기에 투명 포장지를 사용해 치즈의 흰색을 노출시켜 색소를 넣지 않은 안전한 먹을거리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 자연 발효 식품인 치즈의 맛과 향을 보존하기 위해 산소 접촉을 막아주는 신기술을 제품 포장에 접목했다. 페트 재질의 포장지를 사용한 것도 산소투과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유가공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치즈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치즈가 자연식품에 가깝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자연에 가까운 치즈임을 강조하기 위해 포장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 차별화된 디자인이 제품을 살린다
한국야쿠르트는 2000년 발효유 ‘헬리코박터프로젝트 윌’을 선보이면서 제품 효능만큼이나 용기 디자인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당시 각 사마다 특징적 요소가 전혀 없는 단조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다 보니 윌의 특징을 대변해 줄 독특한 디자인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1만 장이 넘는 디자인 도안이 쌓였고 회의는 500회도 넘게 이어졌다.
결국 한국야쿠르트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던 원형 용기를 과감히 버리고 사각 용기를 선택했다. 1980년대에 많이 팔렸던 간장약과 흡사해 자칫하면 의약품을 연상시킬 위험도 있었지만 그만큼 제품의 기능성을 강조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디자인이었다.
서울우유도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우유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자 지난해 선보인 프리미엄 우유 ‘자연의 선물’에 감성적 디자인을 시도했다. 계절별 천연 식물 추출물을 넣어 만든 제품 특성을 디자인을 통해 드러내 보인 것. 계절별로 4가지로 나뉘는 제품 용기엔 김경진 시인이 각 계절 이미지를 살려 지은 짤막한 시구를 적어 넣었다.
‘봄’ 제품에는 ‘당신만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봄을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적혀 있고 ‘겨울’ 제품에는 ‘하얀 선물을 내려주는 오늘이 있어 행복한 겨울’이라고 써 있다. 서울우유 측은 “파격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디자인이 제품 특성을 확실히 살렸다”며 “하루 1만 개 이상 기록 중인 현재 판매량 역시 디자인의 공이 크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